"韓 노키즈존 500곳, 문제는…" 해외 전문가들이 비판한 이유

윤세미 기자 2023. 5. 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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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한국의 '노키즈존(어린이 출입금지 공간)' 확산에 주목했다.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는 한국에서 어린이 출입 제한 공간이 늘어나는 건 육아의 어려움을 더 강조하고 출산을 보다 꺼리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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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일본 도쿄의 한 광장에서 아이들이 비누방울 놀이를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한국의 '노키즈존(어린이 출입금지 공간)' 확산에 주목했다.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는 한국에서 어린이 출입 제한 공간이 늘어나는 건 육아의 어려움을 더 강조하고 출산을 보다 꺼리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WP는 12일(현지시간) '식당에 아이를 데려갈 수 없다면 차별일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노키즈존 논란을 다뤘다. WP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출산 후 아이를 데리고 카페에 들어가려다 노키즈존이라는 이유로 제지당한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엔 술집이나 나이트클럽 같은 어린이 출입금지 구역 외에 아이 동반 입장이 금지되는 노키즈존이 약 500곳에 이른다고 전했다.

포틀랜드주립대학의 우혜영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노키즈존이 등장하기 시작한 건 10년 전"이라며 "식당에 다 쓴 기저귀를 버리고 가거나 실내에서 아이들의 소란을 방치하는 부모들의 부적절한 행동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잇따라 제보되며 사회적 공분을 산 게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WP에 따르면 아이 동반 금지를 둘러싼 논란이 한국에서만 있는 건 아니다. 미국·영국·캐나다·독일 등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있다. 일부 국제 항공사는 승객들이 어린이 승객과 떨어진 좌석을 고를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고, 일부 박물관·도서관도 출입객의 최소 연령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뉴질랜드 소재 오클랜드공과대학교의 하이케 샨젤 관광학과 교수는 지적한다. 아이가 건강한 사회의 일원이 아닌 라이프 스타일 상의 선택으로 간주되는 가운데 노키즈존 정책이 아이를 갖기로 한 가족이 설 자리를 더 좁게 할 수 있어서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서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달리고 있다./AFPBBNews=뉴스1


WP는 특히 한국의 경우 출산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만큼 노키즈존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짚었다. 또 공공장소에서 어린이 출입을 제한하는 건 '육아에 대한 어려움을 더 강조해' 출산 의지를 떨어뜨린다고 했다. '정상'으로 인식되지 않는 사람을 '덜 받아들이는' 사회는 부모와 자녀는 물론 소수자와 장애인의 삶도 어렵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사업주들의 얘기는 다르다. 노키즈존이 역으로 육아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일랜드의 한 노키즈존 카페는 웹사이트에서 어른들에게 '마음 챙김의 시간'을 제공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또 시애틀에서 노키즈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팀 프탁은 WP에 "나는 이 식당 말고 가족 친화적인 다른 식당도 운영하고 있다"면서 "모든 사람을 위한 공간과 가족들을 위한 공간, 어른을 위한 공간을 구분하는 게 우리 시스템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노키즈존 말고도 공공환경을 관리하는 보다 좋은 방법이 있다고 지적한다. 럿거스대학의 존 월 아동학과 교수는 "식당에서 술 취한 성인이 다른 사람에게 소리를 지르는 게 우는 아이의 울음소리보다 훨씬 더 짜증 나는 일"이라며 "아이를 표적으로 삼는 것은 그들이 2등 시민이며 사회적 기업에 적합하지 않음을 알리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시드니대학교의 에이미 콘리 라이트 아동 및 가족 연구센터 소장은 "사람들은 자신 역시 아이였다는 사실을 잊는다"면서 "노키즈존은 우리보다 먼저, 혹은 늦게 태어난 사람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세대 간 근본적 약속을 깨는 것이자 매우 근시안적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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