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를 두 배 올려달래요"... '깜깜이' 인상에 월세족 한숨
전월세 신고 피하려 관리비 올려
"내역 공개해야" 비용 증가 우려도
관리비를 월 5만 원씩 내고 있는데 갑자기 집주인이 5만 원을 더 올리겠다는 거예요. 갱신 계약 때 관리비를 10만 원 더 내거나 아니면 나가라는 말을 들은 친구도 있어요.
대학생 이은영(22)씨는 최근 집주인의 관리비 인상 요구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월 50만 원의 월세 외에 관리비를 10만 원이나 내게 생긴 것. 집주인은 '물가 인상'을 이유로 들었지만, 실제 어떤 항목이 얼마나 올랐는지 설명은 없었다. "결국 8만 원 인상으로 합의했지만, 관리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요구가 불합리한 건 아닌지 세입자로선 알 방법이 없었어요."
원룸,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집주인이 관리비를 올리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세금을 덜 내기 위한 집주인들의 '꼼수'인데, 소형 비(非)아파트는 관리비 규정이 없는 탓에 월세살이 청년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법망 피하려 '규제 공백' 관리비 올린다
취업준비생 김모(24)씨도 만기를 앞두고 집주인으로부터 월세를 15% 올려야 연장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임대차3법'으로 임대료를 5%까지만 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월세 대신 관리비를 그만큼 올리면 된다는 게 집주인 논리였다.김씨는 "법적으로 관리비 인상을 막을 방법이 없더라"며 "내역서만이라도 달라고 말해보려는데 집주인이 들어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다음 달부터 전월세신고제가 정식 시행되기에 앞서 관리비만 올리는 꼼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월세신고제는 보증금이 6,000만 원을 넘거나 월세가 30만 원을 초과하면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임대인과 임차인이 의무적으로 계약 내용을 신고하도록 한 제도다. 김현성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이 세금을 더 낼까봐 신고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월세를 낮추고 관리비를 많이 내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관리비 인상이나 용처가 적절한지 검증할 길도 없다. 서울 마포구의 이민선 공인중개사는 "용역 업체에 매주 청소를 맡긴다며 관리비를 받는데 실제 청소가 안 되는 사례, 전 세입자에게 퇴실청소비를 받고서는 업체를 부르지 않은 사례 등 불만을 토로하는 전화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자가 vs 임대 관리비 10배 차... 정부도 고민 중
관리비가 이처럼 깜깜이로 운영되는 건 관련 제도가 없는 탓이다. 현행법상 1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은 관리비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50가구로 기준을 낮추겠다 했지만, 그보다 작은 소형 주택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다. 특히 비아파트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관리비 제한 내용 자체가 없다. 국토연구원이 추정한 관리비 제도 공백가구는 전체 가구의 20.5%에 해당하는 429만6,000가구에 달한다.
실제 관리비는 천차만별이다. 수도료, 전기료 등 공과금이 관리비에 포함되는지 여부도 집집마다 다르다. 국토연 연구 결과 지난해 2분기 단독·다가구주택의 관리비는 자가의 경우 ㎡당 36.7원인 반면 임차인은 ㎡당 391.5원으로 10.7배나 차이가 났다. 다세대주택도 자가(346.1원/㎡)와 임차(726.9원/㎡)의 차이가 2.1배에 달했다. 규모별로 거주형태별로 관리비가 제각각이라는 뜻이다.
정부도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책을 고민 중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달 대학가 관리비 점검 현장에서 "비싸고 시설이 큰 아파트는 강력한 보호를 하면서 되레 (규모가) 작다고 보호를 안 해버리면 거꾸로 된 게 아니냐"며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플랫폼에는 관리비 총액만 나오는데, 이를 내역별로 세분화하는 등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내역 공개만으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관리비가 투명하게 쓰였는지 검증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면서 "기준이 생겨도 집주인이 회계 전문 업체에 맡긴다면 비용이 더 들어 관리비나 월세가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현정 기자 hyu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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