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남국까지 9명째 탈당 연극, 이런 파렴치 정당이

조선일보 2023. 5. 15.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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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의 코인 보유 의혹으로 자진 탈당 의사를 밝힌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14일 오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그는 "민주당을 잠시 떠난다"고 했다. /뉴스1

코인 투기 의혹을 받는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탈당했다. 민주당의 진상 조사와 윤리 감찰이 본격화하기 직전, 민주당의 쇄신 의총을 불과 2시간 앞두고 이뤄진 ‘방탄용’ 탈당이다. 민주당은 즉각 자체 조사와 징계 절차를 중단했다. 코인 논란의 꼬리를 자르려 당 지도부와 김 의원이 사실상 짜고 한 일로 볼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은 “사랑하는 민주당을 잠시 떠난다”며 ‘잠시’라는 표현을 두 번이나 썼다. 사태가 잠잠해지면 복당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당원 동지께 송구하다”고 했지만 국민에겐 사과하지 않았다. 자금 출처와 투자 경로, 특혜 의혹 등은 제대로 해명하지도 않고 “부당한 정치 공세에 맞서겠다”고 했다.

김 의원의 코인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60억원대 위믹스 코인 보유에 이어 28억원어치가 더 드러났다. 이름조차 생소한 ‘잡코인’ 3종을 43억원어치 보유했고 마케팅 목적의 공짜 코인도 받았다고 한다.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 중에도 수시로 코인 거래를 했다. “매일 라면만 먹는다”며 가난한 정치인인 척 후원을 호소해 작년 전체 국회의원 중 1위인 3억3000만원을 모금했다. ‘돈 버는 게임(P2E)’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토론회에도 참석했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대선 때 P2E 규제 완화 공약을 내는 데도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관련 업계의 입법 로비를 받고 무상으로 코인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

민주당 내부에선 “탈당을 허가해선 안 된다”는 요구가 나왔다. 끝까지 조사해 징계해야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탈당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일부 친명계와 강성 지지층은 “김 의원을 응원한다” “법적 소명이 끝나면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측근인 김 의원을 친명 핵심들이 비호하는 모습이다.

꼬리 자르기는 민주당의 나쁜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가 터지면 당사자를 탈당·출당시킨 뒤 슬그머니 복당시키기를 반복해 왔다. 2021년 의원 12명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터지자 탈당하라고 요구했다. 윤미향·양이원영 등 비례대표 2명은 의원직을 유지해주려 탈당 대신 ‘강제 출당’이란 꼼수를 썼고 양 의원은 넉 달 뒤 복당했다. 김홍걸 의원도 부동산 축소 신고로 출당됐지만 복당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엔 ‘돈 봉투 살포’ 스캔들이 터지자 송영길 전 대표와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탈당했지만 역시 ‘무늬만 탈당’이란 지적이 나왔다. ‘검수완박’ 강행을 위해 꼼수 탈당한 민형배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위법’ 판결에도 1년 만에 복당했다. 김남국 의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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