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에 삼성 개발 거점, 한미일 반도체 연대 실익 크다
삼성전자가 일본 요코하마에 300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개발 거점을 세울 것이라고 한다. 반도체 칩을 테스트하고 패키징하는 후공정 관련 공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미세화 기술이 한계에 달해 후공정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와 대만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일본에 먼저 진출한 대만 TSMC보다는 늦었지만, 후공정 기술에 강한 일본과 협업을 통해 한국 반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연합 간 경쟁 시대로 접어든 반도체의 글로벌 합종연횡은 지금 미·일·대만이 주도하는 양상이다. 미국의 설계, 일본의 소재·장비, 대만의 첨단 위탁 생산력으로 맺어진 3자 협력이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이 협력 체제가 단단해질수록 양산 기술에서 대만과 경쟁하는 우리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소외되어선 안 된다.
대만은 일본과 협력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대만 TSMC는 구마모토에 일본 소니와 함께 대규모 파운드리 공장을 지어 애플 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만들기로 했다. 일본 내 제2공장 설립 계획도 발표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과 일본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경쟁력을 결합해 한국과 격차를 더 벌리겠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문재인 정부 시절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반도체 핵심 소재가 제외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제3국 우회 수입 등으로 비용을 치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4년 만에 겨우 정상화됐다.
우리와 대만은 미·중 갈등이 촉발한 반도체 전쟁에서 같은 진영에 속하지만 숙명적인 경쟁자일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의 수혜를 받은 TSMC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반도체 매출액 세계 1위로 올라섰다. 파운드리 분야에선 점유율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등 반도체 생태계에서 대만에 뒤지는 우리의 약점을 일본이 보완해줄 수 있다. 안보뿐 아니라 반도체에서도 한미일 동맹을 구축해야 한다. 삼성의 일본 개발 거점은 3각 동맹의 교두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