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인생의 핵심 태도 ‘티끌 모아 태산’

정지우 문화평론가 겸 변호사 2023. 5. 1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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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문화평론가 겸 변호사

요즘 나는 인생에서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카드 결제를 할 때마다 할인 방법이나 포인트 적립을 챙기고, 아낄 수 있는 돈은 아끼려고 애쓴다. 그렇게 하루에 5000원씩만 아낄 수 있어도 1년이면 거의 200만 원이 된다.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을 생각하면 인생에 아무 영향 없는 금액처럼도 보이지만, 아이 장난감값 같은 것을 생각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하루에 5000원씩 아끼면 1년에 아이 레고를 100개씩은 사줄 수 있다.

지하철로 출퇴근할 때나 밤에 조금씩 시간을 내어 하루 2시간 정도씩만 책을 읽어도, 일주일이면 책 한 권을 읽을 수 있다. 그러면 1년에 대략 50권쯤은 어렵지 않게 읽게 된다. 대단히 많은 시간을 쓰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지하철에서 허비할 수도 있는 시간에 조금 유익한 취미를 가져보는 것이다. 사실, 한 분야에서 책 50권 정도를 읽으면 거의 준전문가 수준이 된다. 자투리 시간은 확실히 태산이 된다.

매일 조금씩 운동을 한다고 하여, 내일 당장 근사한 몸매를 가질 리는 없다. 그러나 그것이 한 달, 반년, 일 년이 지나면 건강에는 확실하게, 100% 도움이 된다. 그렇게 10년, 20년을 쌓으면 미래에 나를 포함한 내 주변 모든 이들을 위해 이로운 일을 하는 셈이다. 가족에게는 부양 부담을 덜어주고, 나 자신도 병원비 등을 아낄 수 있다. 내가 노쇠해지는 미래는 ‘반드시’ 오기 때문에, 티끌 같은 ‘운동 모으기’로 그 미래에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글쓰기를 매일 실천하고 있다. 대개 밤 시간 등에 하루 30분 이내로 한 편 정도를 써내고 있다. 이 경우, 글 70편 정도를 일반적으로 책 한 권이라 보면, 1년에 대략 책을 5권 정도씩은 쓰는 셈이 된다. 물론, 모든 글이 책이 되는 건 아니므로 실제로 그렇게까지 책을 낼 일은 없지만, 매년 한두 권 정도는 책을 내고 있다. 그렇게 보면, 책 쓰기 또한 확실히 ‘티끌 모아 태산’의 영역에 있는 일이다.

변호사 일도 전반적으로 티끌 모으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느낀다. 변호사로서의 생명력은 큰 사건 한 번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작은 사건도 하나하나 정성들이며 의뢰인들과 좋은 관계를 쌓아나가는 것에 달려 있다. 그러면 의뢰인들이 주변 사람들을 소개해 주며 맡는 사건이 조금씩 늘어나게 된다. 일에서의 보람은 덤이다.

형사사건과 관련하여 선처를 받으려면 깨알 같은 양형 감경요소들을 긁어모아야 한다. 대개는 감경요소가 많을수록 감경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민사재판에서도 결정적인 증거 한 방으로 좌우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고, 티끌 같은 정황증거들과 증언들을 긁어모으고 유사 판례들을 찾아내어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한 발 한 발 만들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티끌 모아 태산’은 인생 전반에 중요하다. 이를테면, 애정이나 사랑의 문제도 티끌 모으기와 관련되어 있다. 오늘 힘내서 30분 아이랑 열심히 놀아주기, 아내랑 대화하거나 같이 드라마 볼 시간 갖기, 지인들에게 카카오톡이라도 보내 연락하기, 같은 것들이 다 티끌들이지만 애정 사랑 관계는 모두 그런 ‘티끌들’로 지속된다. 티끌들 없는 한 방이란 허상에 불과하다.

아이랑 한 달에 그림동화 1개씩만 만들어도 1년이면 근사한 그림책 모음집이 완성된다. 일주일에 노래 한 곡씩만 찾아들어도, 1년이면 50곡의 새 노래를 알게 되고 그만큼 내 세계는 풍요로워진다. 이런 것들을 오히려 한 번에 하려면 부작용이 온다. 한 달에 한 번의 심한 운동은 매일의 가벼운 운동보다 결코 더 좋을 수 없다. 관건은 점진적으로, 티끌들을 모아가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티끌들을 모아 올리는 삶이 더 강하고, 단단하며, 힘이 세다고 믿고 있다. 한탕주의나 한 방으로 대박을 쳐서 얻을 수 있는 게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삶은 모래성처럼 유약하다고 믿고 있다. 하루하루를 블록처럼 쌓기, 이 관점은 인생의 거의 모든 순간에 중요하다. 요즘처럼 무엇이든 보이는 것, 당장의 화려함, 즉각적인 만족이 중요한 시대일수록, 그런 관점을 더 깊이 간직해야 한다. 결국 삶이 되는 건 티끌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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