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해양환경분야 ESG경영 활성화를 기대하며
지난해 12월 제15차 생물다양성 당사국 총회에서 전 지구적 생물다양성 전략계획인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가 채택됐다. 새로운 전략계획에는 2030년까지 육지·해양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관리하고 훼손된 육지·해양 생태계의 최소 30% 복원을 포함해 23개의 실천목표가 담겼다. 그중에는 모든 기업과 금융기관이 생물다양성에 대한 그들의 영향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한 법적·행정적·정책적 수단을 시행하도록 당사국에 의무를 부과한 목표도 있다.
2010년에 이전 전략계획인 ‘생물다양성 전략계획 2011~2020’을 채택한 후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증가했고, 자연재해와 기후변화로 100만 종의 생물이 멸종위기에 처한 것으로 보고된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이라는 이중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이번 전략계획에서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이다. 이미 기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사회적 책임과 환경경영 및 경영윤리에 관한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증가하면서 과거 기업 평가기준인 재무적인 정량지표에 더해 비재무적인 지표인 ESG 즉, 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 가치평가에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최근 세계적인 관심사는 기후변화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다. 해양 분야도 마찬가지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해양수산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환경 변화와 해양(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해양환경을 정부 주도로 관리해 왔다. 시민사회단체도 등장해 힘을 보탰으나 광범위한 해양환경을 관리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2000년대 이후 기업이 적극적으로 ESG 경영을 도입하면서 해양환경 문제 해결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주체로 등장했다.
기업의 해양환경 ESG 활동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재활용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다. 해외에서는 2015년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한 신발을 출시한 후 독일 BMW, 스웨덴 볼보 등 자동차회사가 ESG 경영의 일환으로 폐어망 재활용 소재로 자동차 내부 바닥재, 콘솔 박스 등을 제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현대·기아자동차는 차량매트에 폐어망 재활용 소재를 활용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과 현대제철은 굴 껍데기 재활용 기술을 개발해 자원순환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전략계획의 실천목표의 하나인 ‘생물다양성 보전’ 분야도 우리나라 기업의 활동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바다숲 복원, 철새 또는 멸종위기종 보호, 해수욕장 복원, 치패 및 치어 방류, 인공어초 설치 등에 많은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기아는 2045년 탄소중립을 위한 추진과제 중의 하나인 블루카본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국제사회는 바다와 갯벌 등의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인 블루카본을 공식 탄소 흡수원으로 인증받기 위해 연구 중인데, 새로운 블루카본으로 주목받는 갯벌식생 복원사업에 기아가 해양수산부와 함께 참여한다.
ESG가 기업 생존의 필수전략이라는 인식 하에 각 기업이 ESG 경영에 사활을 걸지만 해양환경 관리에 참여하는 기업은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작년 2월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 2024년까지 채택하기로 한 ‘플라스틱 오염방지 국제협약’에 대응한 해양 플라스틱 자원순환 생태계 구축과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 이행을 위해서라도 기업이 해양환경 공동관리 주체로서 해양환경 문제에 대한 역할 강화는 필수적이다.
기업의 해양환경 분야 ESG 활동의 걸림돌로 K-ESG 가이드라인 평가항목에서 해양환경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항목 부재, 기업의 해양환경 분야 ESG 활동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 모호, 장기간 대규모로 추진 가능한 콘텐츠 부재, 기업 특성을 고려한 ESG 활동 유형 및 협력모델 부재 등이 거론된다. 해양수산부가 수립 중인 해양환경 분야 ESG 활성화 전략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제거돼 기업의 해양환경 분야 ESG 활동이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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