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정책 실패’ 멕시코, 외국인 투자 90% 줄고 기업들도 떠났다
최저임금 인상,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을 내세워 당선된 후 2018년 취임한 멕시코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에너지 및 자원 국유화 등을 추진했다. 볼리비아 등 다른 중남미 좌파 정권이 내세웠던 이른바 ‘자원민족주의’를 본뜬 오브라도르의 정책은 결과적으로 국가 발전을 가로막고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국영 석유 회사(PEMEX)와 연방전력청(CFE)의 지배력을 강화했다. 에너지 국유화를 추진하면서 취임 이듬해인 2019년 풍력 및 태양광 발전 사업과 관련한 민간 공개 입찰을 취소했고, 2021년 3월엔 국영기업 소유의 화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민간이 생산한 재생에너지보다 우선적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멕시코의 전력 공급이 국영기업에 집중되고 가격 경쟁이 사라지면서 멕시코 내 산업용 기준 전기 가격은 미국보다 약 40%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다. WSJ는 “멕시코 기업들의 비용이 올라가 경쟁력이 약화됐고 다른 다국적 기업의 진출도 막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취임한 2018년 50억달러였던 에너지 부문 외국인 투자는 2021년엔 6억달러 미만으로 급감했다. 예를 들어, 스페인의 전력 회사 이베르드롤라의 경우 오브라도르 대통령 재임 기간 멕시코의 재생 가능 에너지 프로젝트에 5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철회했다.
멕시코 정부가 전력 판매법 위반 등을 이유로 벌금을 부과하는 등 제재가 가해질 조짐이 보이자 이런 결정을 내렸다. 이베르드롤라는 지난 4월 멕시코 정부에 자사의 발전소를 매각하고 철수했다.
멕시코 정부가 에너지뿐 아니라 다른 해외 기업에 대해서도 폐쇄적인 정책을 펴면서 공장을 철수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지난해 6월엔 ‘생태적 재앙’을 유발하고 있다며 30년간 멕시코에서 사업을 운영해 온 미국 최대의 골재 생산업체 불칸 머터리얼즈의 채석을 중단시켰다. 2020년엔 ‘코로나’ 맥주로 유명한 미국의 대형 음료 회사 콘스텔레이션 브랜즈에 공장 건설 허가를 미뤘다. 이 회사는 결국 14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취소하고 떠났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난 2월에는 배터리 제조의 핵심 원료이자 ‘하얀 석유’라고 불리는 리튬을 국유화하는 법안에 서명하기도 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 나라, 이 지역에 있는 리튬은 모든 멕시코 국민의 것”이라며 “러시아도, 중국도, 미국도 (그것을) 손댈 수는 없다”고 선언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눈 부릅뜨고 법안 찢으며 발 쿵쿵…뉴질랜드 의회에 울려퍼진 하카
- ‘손흥민 인종차별’ 선수의 최후…7경기 출전정지에 벌금 1.7억원
- [Minute to Read] S. Korea and China leaders exchange state visit proposals in Peru
- [더 한장] 지스타에서 만난 AAA급 K-게임
- 대통령실 “美 장거리 미사일 러 본토 타격 결정, 사전에 공유 받아”
- 숙면 유도 밴드 ‘슬리피솔’ 2025 CES 혁신상 수상
- 증여세 한 푼 없이 자녀에게 최대 21억원을 빌려준 방법
- 뽁뽁이 대체 난방비 절약, 잘 보이면서 싼 단열 필름
- 창 바깥도 간편하게, 파워가드 로봇 창문청소기 공동구매
- 2만4000명 사망한 수단 내전, 러시아 반대로 휴전 결의안 채택 무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