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택배기사’, 신선한 재료로 만들었는데 뻔한 요리 됐네

배우 김우빈 얼굴이 온통 주근깨투성이에 까칠하다. 12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6부작 드라마 ‘택배기사’는 혜성 충돌로 사막화된 2071년 대한민국 서울이 배경이다. 김우빈은 이 시리즈에서 택배기사 ‘5-8′ 역을 맡았다. 산소호흡기 없이 살기 힘들 정도로 대기가 오염된 상황에서, 그는 살아남은 1%를 위해 산소와 생수 등 생필품을 배송한다. 생필품 조달에 실패한 사람들이 ‘헌터’가 돼 약탈을 일삼고, 모래 돌풍이 시시각각 몰려오는 극악의 상황 속에서, 이 시대의 택배 ‘기사’는 중세 유럽의 기사(knight)와도 같다.
택배기사는 ‘감시자들’(515만) ‘마스터’(714만)로 성공한 상업영화 감독이 된 조의석 감독의 첫 넷플릭스 시리즈다. 공개 하루만인 13일(현지 시각)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2위(플릭스패트롤 기준)에 올랐다.

모래로 뒤덮인 압구정역, 두 동강 난 남산타워 등 우리에게 익숙한 장소가 폐허로 변한 모습에서 오는 디스토피아적 재미가 있다. 산소가 통제된 상황에서 난민·일반·특별·코어로 나뉜 계급 사회도 그럴 듯하다. 계급이 올라갈수록 사람들은 더 좋은 마스크를 쓰는데, ‘코어’ 주민은 아예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이미 공기 자체가 정화된 세계에 살기 때문이다. 배우 송승헌이 이 세계를 만든 ‘천명그룹’ 후계자이자 빌런 ‘류석’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아무리 신선한 재료도, 레시피가 평범하다면 뻔한 요리가 된다. 이 드라마가 그렇다. 빚어낸 세계관은 지구가 망한 다음이지만, 이를 끌고나가는 스토리는 기존 지구의 것 그대로다. 다음 장면 놓칠까 잠시 화장실도 못 가는 긴장감이 없다. 거창하지만 세밀하지 못한 세계관 속에서 캐릭터들은 힘을 잃고, 개연성도 잃는다. 김우빈은 왜 그렇게 쉽게 이기고, 송승헌은 인상을 써도 무섭지가 않을까.
SF란 장르, 특히 포스트 아포칼립스(종말 이후의 세계)는 잘해도 본전일 때가 많다. 스토리, CG, 연기는 물론이고 소품이나 배경 등 작은 것 하나가 어색해도 전체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콘텐츠 ‘정이’나 ‘사냥의 시간’ 등 근미래를 다룬 작품이 유독 호불호가 갈렸던 게 이런 이유일 것이다. 택배기사도 여기서 자유롭진 못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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