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위험 발견, 작업 중지!”… 중대재해 막아
송진호 기자 2023. 5. 1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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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의 구멍에 작업자들 발이 빠질 수도 있겠더라고요. 바로 일을 멈추자고 안전팀에 알렸죠."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사학연금 서울회관 재건축 현장에서 만난 전기배선 작업자 박종찬 씨(56)는 자신이 지난달 직접 '작업중지권'을 행사해 작업을 중단시켰던 상황을 떠올렸다.
김용태 삼성물산 안전팀장(46)은 "현장 작업자 900명의 눈으로 위험 요소를 살필 수 있다"며 "작업중지권 보장은 근로자와 시공사 모두에 '윈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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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작업중지권’ 도입 현장
2년간 113곳서 5만2977건 발동
위험 요소 제거땐 마일리지 포상도
근로자 93% “사고 예방에 효과적”
2년간 113곳서 5만2977건 발동
위험 요소 제거땐 마일리지 포상도
근로자 93% “사고 예방에 효과적”
“바닥의 구멍에 작업자들 발이 빠질 수도 있겠더라고요. 바로 일을 멈추자고 안전팀에 알렸죠.”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사학연금 서울회관 재건축 현장에서 만난 전기배선 작업자 박종찬 씨(56)는 자신이 지난달 직접 ‘작업중지권’을 행사해 작업을 중단시켰던 상황을 떠올렸다. 당시 그는 건물 지하 2층으로 향하는 원형 나무계단 바닥에서 손바닥만 한 구멍을 발견했다. 자칫 구멍에 발이 빠져 누군가 크게 다칠 수도 있을 걸로 생각한 그는 곧장 안전 관리자에게 보고했다. 계단 인근의 작업자들은 바닥 합판이 보강된 뒤에 작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현장에서 중대재해를 실질적으로 막기 위한 대안으로 작업중지권 확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작업중지권은 근로자 스스로 안전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작업을 중단하고 대피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것이다.
14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작업중지권을 전면 보장하기 시작한 2021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113개 건설 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이 총 5만2977건 발동됐다. 하루 평균 총 70여 건의 작업중지권이 쓰인 것이다.
위험 유형별로는 장비와 충돌할 수 있는 위험이 23.1%로 가장 많았고, 가설 통로 높이 차이 등으로 인한 전도 위험(21.6%),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20.3%), 자재가 낙하할 위험(13.3%), 근로자가 장비나 자재에 끼일 위험(5.2%)이 뒤를 이었다. 끼이고 떨어지고 부딪히는 등 건설 현장에서 빈발하는 사고를 사전에 방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작업중지권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됐지만, 근로자가 위험 상황에서도 작업 중단을 요구하지 않고 넘어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중단 요구 기준이 근로자 주관적일 수 있는 데다 작업 중단으로 공사가 지연되면 근로자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삼성물산은 근로자들이 실질적으로 작업중지권을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데 역점을 뒀다. 급박한 위험이 아니어도 근로자가 스스로 작업중지권을 쉽게 쓰도록 하고, 실질적으로 위험 요소를 제거한 이들에게 ‘세이프티코인’이라는 마일리지를 줘서 포상을 하는 것. 동시에 협력업체에는 공사 지연에 따른 손실 보전을 보장해 주고 있다.
이날 기자가 찾은 사학연금 서울회관 재건축 현장에서 근로자의 안전모에는 ‘위험발굴 QR’이라고 적힌 노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QR코드를 인식시키면 설문지 형식의 인터넷 페이지에 접속된다. 작업자가 현장 촬영 사진을 올리고 상황에 대한 설명을 작성해 제출하면 바로 신고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근로자가 쉽고 빠르게 작업중지권을 행사하고 조치 내용을 공유받을 수 있도록 QR코드와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등 신고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했다.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사학연금 서울회관 재건축 현장에서 만난 전기배선 작업자 박종찬 씨(56)는 자신이 지난달 직접 ‘작업중지권’을 행사해 작업을 중단시켰던 상황을 떠올렸다. 당시 그는 건물 지하 2층으로 향하는 원형 나무계단 바닥에서 손바닥만 한 구멍을 발견했다. 자칫 구멍에 발이 빠져 누군가 크게 다칠 수도 있을 걸로 생각한 그는 곧장 안전 관리자에게 보고했다. 계단 인근의 작업자들은 바닥 합판이 보강된 뒤에 작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현장에서 중대재해를 실질적으로 막기 위한 대안으로 작업중지권 확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작업중지권은 근로자 스스로 안전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작업을 중단하고 대피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것이다.
14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작업중지권을 전면 보장하기 시작한 2021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113개 건설 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이 총 5만2977건 발동됐다. 하루 평균 총 70여 건의 작업중지권이 쓰인 것이다.
위험 유형별로는 장비와 충돌할 수 있는 위험이 23.1%로 가장 많았고, 가설 통로 높이 차이 등으로 인한 전도 위험(21.6%),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20.3%), 자재가 낙하할 위험(13.3%), 근로자가 장비나 자재에 끼일 위험(5.2%)이 뒤를 이었다. 끼이고 떨어지고 부딪히는 등 건설 현장에서 빈발하는 사고를 사전에 방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작업중지권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됐지만, 근로자가 위험 상황에서도 작업 중단을 요구하지 않고 넘어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중단 요구 기준이 근로자 주관적일 수 있는 데다 작업 중단으로 공사가 지연되면 근로자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삼성물산은 근로자들이 실질적으로 작업중지권을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데 역점을 뒀다. 급박한 위험이 아니어도 근로자가 스스로 작업중지권을 쉽게 쓰도록 하고, 실질적으로 위험 요소를 제거한 이들에게 ‘세이프티코인’이라는 마일리지를 줘서 포상을 하는 것. 동시에 협력업체에는 공사 지연에 따른 손실 보전을 보장해 주고 있다.
이날 기자가 찾은 사학연금 서울회관 재건축 현장에서 근로자의 안전모에는 ‘위험발굴 QR’이라고 적힌 노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QR코드를 인식시키면 설문지 형식의 인터넷 페이지에 접속된다. 작업자가 현장 촬영 사진을 올리고 상황에 대한 설명을 작성해 제출하면 바로 신고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근로자가 쉽고 빠르게 작업중지권을 행사하고 조치 내용을 공유받을 수 있도록 QR코드와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등 신고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했다.
근로자들은 작업중지권이 중대재해 예방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삼성물산이 지난달 근로자 9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99.7%가 작업중지권을 인지하고 있었고, 응답자의 51.6%가 작업중지권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중지권이 사고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답한 근로자는 전체의 93.1%였다. 김용태 삼성물산 안전팀장(46)은 “현장 작업자 900명의 눈으로 위험 요소를 살필 수 있다”며 “작업중지권 보장은 근로자와 시공사 모두에 ‘윈윈’”이라고 했다.
안병철 삼성물산 안전보건실장(CSO·최고안전보건책임자)은 “안전을 ‘경영의 제1원칙’으로 내세우고 건설안전연구소 신설, 모니터링 강화 등의 안전 인프라를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병철 삼성물산 안전보건실장(CSO·최고안전보건책임자)은 “안전을 ‘경영의 제1원칙’으로 내세우고 건설안전연구소 신설, 모니터링 강화 등의 안전 인프라를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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