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피해자와 침략자는 달라”… 교황 ‘중립 평화안’ 거부

이청아 기자 2023. 5. 1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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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만나 “우크라 편에 서달라” 요청
伊 멜로니 총리 “우크라 승리에 베팅”
우크라 봄철 대반격 앞두고
獨 “필요한 만큼 지원” 4조 무기 약속
젤렌스키, 러 우크라 침공 이후 바티칸 첫 방문 1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이 바티칸에서 가톨릭 교황 프란체스코 2세와 환담하고 있다(왼쪽 사진). 교황과 만나기 전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탈리아 수도 로마 정부종합청사 키지 궁에서 조르자 멜로니 총리와 약 70분간 정상회담을 했다.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멜로니 총리가 악수하고 있다. 바티칸·로마=AP 뉴시스
러시아를 향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독일 이탈리아를 잇달아 방문하고 프란치스코 2세 교황을 만나 더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우크라이나 승리에 걸었다”며 호쾌하게 지지를 밝혔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필요한 만큼 지원하겠다”며 4조 원 규모의 추가 무기 제공을 약속했다. 하지만 교황과의 만남은 젤렌스키 대통령 성에 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젤렌스키, 교황에 “푸틴 규탄해 달라”

“피해자와 침략자는 절대 같지 않다.”

13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바티칸시티를 찾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40분간 교황을 접견한 뒤 내놓은 성명에서 이같이 밝혔다. 또 “교황에게 러시아 전쟁범죄를 규탄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중립적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교황청 입장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해설했다.

교황청은 이날 성명에서 “교황은 (면담에서) 가장 연약하고 무고한 전쟁 희생자들을 위한 인류애의 몸짓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를 편들기보다는 인도주의적 우려만 나타낸 것이다.

이 같은 차이는 양측이 주고받은 선물에서도 에둘러 드러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 가지를 형상화한 청동 조각품을 선물한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방탄판으로 만든 작품과 전쟁에서 숨진 어린이를 주제로 한 ‘상실’이라는 제목의 그림을 선물했다.

NYT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고 양국 사이에서 모호한 자세를 취했다. 대니얼 필폿 미 노터데임대 정치학 교수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교황은) 미국과 거리를 두는 남미 가톨릭 성향”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를 향한 대반격 시기를 묻는 질문에 “조만간 (반격을 위해) 매우 중요한 첫 번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WSJ가 입수해 이날 공개한 미 정부 유출 기밀문건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올 2월 내부 고위 당국자 회의에서 러시아 본토인 서부 로스토프를 공격하자고 제안했다.

● 서방, 대반격 앞두고 무기 추가 지원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반격을 앞두고 외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13일에는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 멜로니 총리와 70분간 정상회담을 했다. 멜로니 총리는 회담 후 “이탈리아는 우크라이나 승리에 베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계속 공급하고 전후 지원에도 참여할 것”이라며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이어 14일 독일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무기 추가 지원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독일 총리실은 우크라이나 정부와 며칠간의 협상 끝에 27억 유로(약 4조 원) 규모의 무기를 향후 추가 지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독일이 지원하는 무기에는 레오파르트1 전차 30대, 게파르트 대항공기 탱크 15대, 보병용 마르데 전투차량 20대 등이 포함됐다. 또한 이동용 곡사포 18대 및 포탄과 방공망 시스템 그리고 정찰 무인기(드론) 200대 등도 지원된다. 이 무기들은 영국이 지원하기로 한 장거리 미사일 스톰섀도와 함께 대반격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외신은 평가하고 있다.

대반격 조짐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최근 몇 달간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진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는 러시아군이 일부 퇴각했다. 우크라이나 민병대 측은 12일 바흐무트 남서부 영토 약 7.8㎢를 수복했다고 밝혔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도 “러시아군이 더 유리한 위치로 후퇴했다”며 사실상 이를 시인했다. 러시아 용병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재집결이 아니라 ‘패배’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NYT는 “사실이라면 우크라이나가 최근 2개월여 만에 거둔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짚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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