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 소통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윤석열 정부 등장은 시작부터 극적이었다. 선거결과가 역대 초박빙이기도 했지만, 그의 경력과 국민의힘 합류 과정 등 짧은 시간이지만 세간의 주목을 받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에 집권 1주년을 맞이하여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는 정치, 경제, 외교, 노동, 복지 등 각 분야에서 진행 중이다. 1년이라는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 동안 분야별로 성과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고 앞으로의 과제에 대한 평가가 진행 중이다. 특히 2023년은 전국적 선거가 없어서 정치적 부담 없이 구상했던 국정을 펼치기에 좋은 한 해이기도 하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1년을 맞이하여 성과도 있지만, 부정평가에서 많이 지적되는 것이 언론과의 관계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부터 윤 대통령은 천막기자실에 깜짝 방문하여 격의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기자들에게 구내식당에서 김치찌개도 끓여주고, 맥주도 한잔 하자고 여러 차례 이야기한 바 있다. 또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5년 임기 동안 기자실을 100회 이상 찾았다며 기자들과의 만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그 성과인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하면서 파격적으로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이라는 형식으로 기자들과 만났다. 실제 윤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11월18일까지 60여차례의 도어스테핑을 진행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익숙하지 않았던 도어스테핑은 매일 화제가 되었고 취재 경쟁이 벌어질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도어스테핑이 시작되면서 지지와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소통 의지가 주목을 받으면서 기대감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취임 1년이 된 현재, 대통령의 적극적 소통 노력은 사라졌다. 무엇보다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하면서 가장 큰 명분인 ‘국민과의 소통’은 소멸되고 과거 정부보다 폐쇄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나마 대통령과 국민들을 이어주는 도어스테핑도 순방외교 보도 과정에서 발생한 일부 언론사와의 갈등으로 중단되면서 이제 국민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취임 1주년을 맞아서도 국민과의 대화 또는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 전반에 대해 짚어보는 자리도 갖지 않았다. 대신 몇 개의 동영상 홍보물을 통해 1년 동안의 치적을 중심으로 외교, 안보, 원전 수출, 노동 등 정책홍보에만 나서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취임 1년이 되면 정부는 주로 치적을 많이 부각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언론이나 국민에게 아무런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은 경우는 드물다.
지금 국민은 고물가와 전세사기, 공공요금 인상, 양극화 심화, 정치갈등, 국제외교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여야가 바뀐 정권교체로 인해, 앞으로 4년 동안 정부 방향성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그런데 이런 산적한 문제에 대해서 대통령은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이에 현직 기자들이 나서서 비판하고 있는 것도 이해가 된다. 지난 4일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윤석열 정부와 언론, 그 1년을 평가한다’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은 현 정부의 언론관이 후진적이라며, 언론을 통제 대상이나 나팔수로만 보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통령은 국가를 위한 무한책임을 지는 자리이다. 역사적으로 여론을 무시하고 성공한 대통령은 없었다. 민심이 곧 천심이란 말이 왜 있겠는가? 소통과 협치보다 독선과 남 탓하는 정치는 순간적 이익은 얻을 수 있지만 오래 갈 수 없다. 대통령은 한 정파의 수장이 아니라, 국민통합의 상징이자 실현자이다. 대통령이 되면서 공약했던 언론과의 소통뿐 아니라 야당, 사회 각계각층 여론을 수렴하고 경청하는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모습을 보고 싶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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