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층 위한 전력기금, 태양광 등에 70% 사용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의 70% 가까이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지원에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기금은 소비자가 내는 전기요금의 3.7%를 따로 부과해 적립해오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과 함께 덩달아 커지는 전력기금에 대한 국민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지만 정작 기금은 에너지 취약계층 보호, 전력산업 기반 조성 등 공익 목적보다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연구개발(R&D)에만 대부분 쓰이는 것이다.
14일 한국전력 산하 전력기금사업단과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전력기금 사업비(계획)는 약 2조3989억원인데 이 중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신산업활성화’에 1조1092억원을 사용한다. ‘에너지 기술개발’에도 5260억원이 투입된다. 기금은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 △에너지 기술개발 △에너지 공급 체계 구축 △에너지 자원정책 △에너지 기술 기반 확충 △전력산업 경쟁력 강화 등 총 6개 분야 90여 개 사업에 나눠 배정되는데, 신재생에너지와 연구 관련 2개 분야에만 68.2%(1조6352억원)가 배정된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경우 태양광 등 생산설비 자금 지원에만 단일 사업으로 가장 많은 4673억원이 배정됐다.
반면 전기설비 안전점검(1092억원), 노후 공동주택 점검(82억원)이 포함된 ‘에너지 자원 정책’ 분야에는 10%인 2373억원에 그친다. 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등 사업에는 3838억원으로 16% 정도다.
전력업계에선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기금 사용이 집중된 이유로,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인 전 정부가 대안으로 태양광 보급 등 신재생에너지를 주력으로 택한 점을 꼽고 있다. 기금 사용 용도에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 지원’도 있는 만큼 지출 자체는 문제되진 않지만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과도하게 지원할 경우 취약계층 지원 등 다른 사업 비중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과도한 지원에 태양광 발전업계의 기금 부정 사용까지 적발되면서 기금 운용의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 합동점검 결과 작년 9월 2267건, 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가 드러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지난 2월 의견서를 내고 전력기금 조성 취지를 고려해 기금 지출 사업을 취약계층과 피해 지역 등으로 축소·집중하고 부담금 요율을 적정 수준으로 인하해 국민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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