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흑연 전극도 못 만들면서 정찰위성을 쏘겠다니…
주성하 기자 2023. 5. 15. 03:03
김일성은 70세 이후 잇따른 헛발질로 북한을 거하게 말아먹고 죽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60억 달러의 거금을 투입해 1986년 완공한 서해갑문 건설이다. 1970년대 소련 기술자들이 “안 짓는 게 낫다”고 결론 낸 것을 김일성이 밀어붙였다고 한다. 담수자원이 늘고 남포와 황해도가 연결됐지만 부작용은 훨씬 심각하다. 얼지 않던 앞바다가 매년 수십 일씩 결빙돼 남포항이 마비된다. 평소에도 선박이 갑문을 통과하느라 지체돼 남포항 물류 능력은 확 줄었다. 서해갑문은 한강 하구를 갑문으로 막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었다.
김일성은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와 사리원카리비료공장 건설도 밀어붙였다. 1980년대 북한 사람들은 두 공장만 건설되면 부자가 되는 줄 알았다. 연간 비날론 10만 t, 카바이트 100만 t, 메탄올 25만 t, 질소비료 90만 t, 염화비닐 25만 t, 가성소다 25만 t, 탄산소다 40만 t, 단백질 사료 30만 t, 카리비료 50만 t 등을 생산할 수 있어 이제 이밥에 고깃국을 먹을 수 있다고 쉼없이 선전했기 때문이다. 건설비만 100억 달러 이상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두 공장 모두 한 차례도 가동되지 못했다. ‘산소열법’이라는 카바이드 핵심 생산 기술은 무용지물이었다. 우수환이라는 박사가 실험실에서 석탄과 석회석으로 카바이드를 만들었는데, 과학기술에 무지한 김일성이 대규모 생산은 힘들다는 다른 과학자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추진한 탓이다. 두 공장 모두 지금은 폐허의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 대항해 이듬해 유치한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은 60억 달러짜리 이벤트 행사로 끝났다. 당시 북한의 한 해 예산은 40억 달러 수준이었다. 이렇게 막대한 돈을 어리석게 탕진하다 보니 몇 년 뒤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한 ‘고난의 행군’ 사태를 겪어야 했다. 아직도 완공되지 못한 채 솟아 있는 105층 유경호텔은 1980년대의 실패 사례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위의 사례들은 김일성의 탓만은 아니다. 김정일에게도 공동 책임이 있다. 김정일은 핵 개발에 몰두하느라 경제를 방치했다. 김정일 사망 1년 전에 노동신문이 ‘새로운 원자탄을 쏜 것 같은 특대형 사변’ ‘인공위성이 단번에 몇 개나 날아오른 것 같은 놀라운 소식’이라며 찬양하던 공장이 있었다. 함흥시 ‘2·8비날론연합기업소’가 재가동됐다는 것이다. 나중에 들어보니 김정일이 시찰했을 때만 비날론 몇 t 생산하고 다시 가동이 중단됐다고 한다.
이런 어리석은 탕진은 김정은 집권 후에도 계속됐다. 짓다가 방치한 원산갈마해양관광단지나 평양종합병원이 대표 사례가 되겠지만, 더 치명적인 실패 사례는 순천인비료공장이 아닐까 싶다. 2020년 5월 1일 김정은은 당시 떠돌았던 자신의 사망설을 종식시키며 공장 준공식을 화려하게 열었다.
그런데 이 준공식은 사기 그 자체였다. 공장은 이후 3년 동안 가동된 적이 없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결정적 원인은 황린전기로용 천연 흑연전극이 계속 부러지기 때문이다. 북한은 3년째 이 문제를 풀지 못해 인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화학공장은 특성상 배관들이 엄청 많다. 가동이 수년간 중단되면 배관 부식이 심각해져 사실상 다시 건설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순천인비료공장도 김일성 시대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의 운명을 따라갈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정은은 최근 정찰위성을 여러 개 쏘아올리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북한은 올해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준비를 끝내겠다고 발표했다. 김여정도 합세해 한국을 향해 “개나발들을 작작하라”며 욕설을 퍼붓고 “우리가 하겠다고 한 것을 못한 것이 있었는가를 보라”며 큰소리쳤다. 지난달 18일 김정은은 국가우주개발국을 시찰해 “완성된 군사정찰위성을 계획된 시일 안에 발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아직 소식이 없다.
흑연전극 하나 못 만들면서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정찰위성은 제대로 만들지 의문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한숨이 나오는 것은 과학기술 분야를 시간을 정한 내기처럼 호언장담하며 접근하는 태도다. 김정은은 선대의 실패 사례를 다시 펼쳐보며 과학기술은 때려죽여도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것, 한 번 실패하면 결과는 치명적이라는 교훈부터 배우길 바란다.
김일성은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와 사리원카리비료공장 건설도 밀어붙였다. 1980년대 북한 사람들은 두 공장만 건설되면 부자가 되는 줄 알았다. 연간 비날론 10만 t, 카바이트 100만 t, 메탄올 25만 t, 질소비료 90만 t, 염화비닐 25만 t, 가성소다 25만 t, 탄산소다 40만 t, 단백질 사료 30만 t, 카리비료 50만 t 등을 생산할 수 있어 이제 이밥에 고깃국을 먹을 수 있다고 쉼없이 선전했기 때문이다. 건설비만 100억 달러 이상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두 공장 모두 한 차례도 가동되지 못했다. ‘산소열법’이라는 카바이드 핵심 생산 기술은 무용지물이었다. 우수환이라는 박사가 실험실에서 석탄과 석회석으로 카바이드를 만들었는데, 과학기술에 무지한 김일성이 대규모 생산은 힘들다는 다른 과학자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추진한 탓이다. 두 공장 모두 지금은 폐허의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 대항해 이듬해 유치한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은 60억 달러짜리 이벤트 행사로 끝났다. 당시 북한의 한 해 예산은 40억 달러 수준이었다. 이렇게 막대한 돈을 어리석게 탕진하다 보니 몇 년 뒤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한 ‘고난의 행군’ 사태를 겪어야 했다. 아직도 완공되지 못한 채 솟아 있는 105층 유경호텔은 1980년대의 실패 사례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위의 사례들은 김일성의 탓만은 아니다. 김정일에게도 공동 책임이 있다. 김정일은 핵 개발에 몰두하느라 경제를 방치했다. 김정일 사망 1년 전에 노동신문이 ‘새로운 원자탄을 쏜 것 같은 특대형 사변’ ‘인공위성이 단번에 몇 개나 날아오른 것 같은 놀라운 소식’이라며 찬양하던 공장이 있었다. 함흥시 ‘2·8비날론연합기업소’가 재가동됐다는 것이다. 나중에 들어보니 김정일이 시찰했을 때만 비날론 몇 t 생산하고 다시 가동이 중단됐다고 한다.
이런 어리석은 탕진은 김정은 집권 후에도 계속됐다. 짓다가 방치한 원산갈마해양관광단지나 평양종합병원이 대표 사례가 되겠지만, 더 치명적인 실패 사례는 순천인비료공장이 아닐까 싶다. 2020년 5월 1일 김정은은 당시 떠돌았던 자신의 사망설을 종식시키며 공장 준공식을 화려하게 열었다.
그런데 이 준공식은 사기 그 자체였다. 공장은 이후 3년 동안 가동된 적이 없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결정적 원인은 황린전기로용 천연 흑연전극이 계속 부러지기 때문이다. 북한은 3년째 이 문제를 풀지 못해 인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화학공장은 특성상 배관들이 엄청 많다. 가동이 수년간 중단되면 배관 부식이 심각해져 사실상 다시 건설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순천인비료공장도 김일성 시대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의 운명을 따라갈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정은은 최근 정찰위성을 여러 개 쏘아올리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북한은 올해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준비를 끝내겠다고 발표했다. 김여정도 합세해 한국을 향해 “개나발들을 작작하라”며 욕설을 퍼붓고 “우리가 하겠다고 한 것을 못한 것이 있었는가를 보라”며 큰소리쳤다. 지난달 18일 김정은은 국가우주개발국을 시찰해 “완성된 군사정찰위성을 계획된 시일 안에 발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아직 소식이 없다.
흑연전극 하나 못 만들면서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정찰위성은 제대로 만들지 의문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한숨이 나오는 것은 과학기술 분야를 시간을 정한 내기처럼 호언장담하며 접근하는 태도다. 김정은은 선대의 실패 사례를 다시 펼쳐보며 과학기술은 때려죽여도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것, 한 번 실패하면 결과는 치명적이라는 교훈부터 배우길 바란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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