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수염 깎느니 죽는 게 낫다?
스파르타에서는 겁쟁이 병사에게 얼굴 절반의 수염만 깎아버리는 벌을 내렸다. 전사들은 이를 매우 두려워해서, 대부분 망신당하기보다 싸우다가 장렬하게 죽는 편을 택했다. 목숨보다 체면이 중요했던 셈이다. 이런 마음은 우리라고 별다르지 않다. 생활비를 줄여서라도 ‘품위 유지’에 돈을 쓰는 경우가 그렇다.
인간은 집단 안의 자기 위치에 무척 예민하다. 별 볼일 없는 존재로 여겨지다간 무리 밖으로 내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에게 이는 난감하고 비참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자 애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위치에 자기도 오르려 하고, 남들이 갖고 싶어 하는 것을 나도 원하는 식이다. 이를 철학자 자크 라캉은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말로 정리한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는 부모의 칭찬과 환한 표정을 바란다. 이로써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칭찬과 사랑을 받으려 애쓰는 가운데 어느덧 부모의 욕망을 욕망하게 된다.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성인은 사회의 욕망을 욕망한다. 부와 명예를 둘러싼 숱한 경쟁은 이런 논리에 따라 벌어진다.
하지만 승리를 거머쥔다고 해서 과연 행복해질까? 기쁨은 잠시뿐, 가슴이 이내 헛헛해질 터다. 이 모두가 내 욕망이 아닌 ‘타인의 욕망’이었던 탓이다. 잘나가던 유명인이 우울과 불안에 빠져 스스로 무너지는 것도 이렇기 때문 아닐까.
사회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선진국의 욕망을 욕망하며 빠르게 발전했다. 이제 대한민국은 가장 앞선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도 우리 마음에는 여전히 만족과 행복이 없다. 이제 평균연령이 40세가 넘은 대한민국은 ‘중년의 위기’를 겪는 중이다. 중년은 자기 안의 그림자를 보듬으며 성숙해야 할 시기다. 우리 사회는 성장 과정에서 생긴 상처를 추스르며 진정한 욕망을 찾아가고 있을까, 여전히 타인의 욕망에 초조하게 매달리고 있을까? 우리 사회의 발전 방향에 대한 깊은 고민과 철학이 필요할 때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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