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한전 자구안, 자해안 돼선 안 된다
한국전력이 지난 12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5조6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구안을 내놨다. 한전의 수도권 핵심 자산인 서울 여의도 남서울본부 건물 매각, 양재동 한전아트센터 임대, 채용 동결과 임직원 임금 인상분 일부 반납 등이 담겼다. 지난해 비핵심 자산 매각 등 20조1000억원의 자구안에 이어 이번에 추가 대책을 내놓으면서 한전은 2026년까지 총 25조원 넘는 재무구조 개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한전이 자구안을 통해 발전소와 송·배전망 같은 일부 전력 시설의 건설 시기를 늦추거나 건설 규모를 축소해 1조3000억원을 절감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 및 안전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발전 및 송·변전 관련 투자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송전망 같은 전력 시설 투자 감소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물론 안전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최근 확정한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에 따르면 한전은 2036년까지 전국 송전선로를 현재의 1.6배로 늘어야 한다. 여기에 56조5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여기엔 삼성전자가 짓기로 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송전망 구축 비용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한전은 2021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40조원 넘는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부채는 200조원에 육박한다. 빚내서 전기를 사와 밑지고 파는 상황을 반복하는 한전으로서는 당장 돈이 없으니 송전망 투자가 소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도권은 전력이 모자라고, 지방은 전력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전력망 구축도 시급한 과제다. 송전망 부족은 지금도 현실로 닥친 상황이다. 호남 지역에선 올봄 처음으로 태양광발전에 대한 출력 제한 조치가 시행됐다. 수도권 등 전력 다소비 지역으로 전기를 보낼 송·배전망 없이 태양광발전 설비만 마구잡이로 늘린 탓이다.
전력 설비 관련 투자를 축소하고 건설을 지연하는 한전의 자구안이 예정대로 시행된다면 이 같은 일이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다. 더욱 제조업 기반 전력 다소비국인 우리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한전 부실 문제는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주범이다. 이와함께 내년 총선을 의식해 전기 요금 결정에 과도하게 개입한 여당, 원칙 없이 정치권에 끌려 다닌 정부, 한전의 누적된 방만 경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농부는 굶어 죽더라도 내년에 심을 볍씨는 안 먹는다는 말이 있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한전의 가장 큰 존재 이유다. 적자 해소가 급하더라도 전력망 투자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한전 자구안이 한전뿐 아니라 국민과 산업 전체를 블랙아웃(대정전)으로 몰아가는 자해안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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