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10년 가전 전쟁’, 이번엔 에어컨이다
“무풍 에어컨 인기로 국내 에어컨 시장 점유율 50% 돌파를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이 발표한 통계는 제품 판매량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자료다.” (LG전자)
글로벌 가전 업계 1·2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제품 전쟁이 다시 발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엔 에어컨이다. 지난 2014년 이른바 ‘세탁기 전쟁’으로 시작된 삼성과 LG의 가전 전쟁이 TV를 거쳐 에어컨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제품 성능 경쟁보다는 상호 비방에 가깝다는 것도 과거와 닮았다.
14일 삼성은 시장조사기관 GfK의 통계를 인용해 삼성전자의 1분기 국내 에어컨 시장 점유율이 48.6%에 달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특히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무풍 에어컨 판매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증가하며 점유율 확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LG는 “LG전자는 GfK에 공식적으로 제품 판매량을 공개한 적이 전혀 없다”며 “LG베스트샵 판매량이 정확히 반영되지 않아 실제 국내 시장 점유율과는 차이가 있는 수치”라고 반박했다.
◇화재에서 발발한 에어컨 대전
삼성의 이번 에어컨 시장 점유율 공개는 소방청의 ‘회사별 에어컨 화재 발생 건수’ 통계가 발단이 됐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LG전자 에어컨 화재 건수가 삼성전자보다 많았다. 다만 제조사별 화재 원인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같은 자료가 공개되자 LG전자는 진화에 나섰다. LG 측은 “LG 에어컨의 점유율 자체가 높기 때문에 화재 건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삼성이 악의적으로 소문을 확산시키고 있다고도 했다.
삼성도 점유율 자료를 공개하면서 공격적으로 대응했다. 삼성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의 국내 에어컨 시장 점유율은 2013년 43.6%를 기록한 이후 40% 안팎을 기록하며 10년간 국내 점유율 1위를 지켜왔다. 삼성 측은 “점유율이 높아 절대 화재 건수도 높을 수밖에 없다는 LG의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고 했다. LG는 “우리는 GfK에 자료를 제공한 적이 없기 때문에 부정확한 수치”라고 맞서고 있다.
화재 원인을 놓고도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선다. LG는 “화재 대부분이 제품 결함이 아닌 전기적 요인”이라며 “에어컨 이전 설치를 사설 업체에 맡기는 경우 전선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불이 날 수 있다”고 했다. 삼성은 “삼성전자는 에어컨 전원에서 불이 나 실외기 전체로 확산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해당 부품을 내열성이 좋은 재질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고 LG는 “최근 모델은 불꽃이 나면 바로 전력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방식으로 화재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고 있다”고 밝혔다.
◇10년째 이어지는 전쟁...이번이 3차 대전
삼성과 LG가 맞붙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에는 조성진 당시 LG전자 사장이 독일 베를린 대형 가전 매장에서 삼성전자 세탁기를 고의로 부쉈다며 삼성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LG는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맞고소하며 소송전을 벌였다. 둘은 2015년 관련 법적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고 조 당시 사장은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다.
한동안 잠잠했던 두 기업의 기싸움은 2017년 TV에서 다시 시작됐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을 두고 크고 작은 신경전을 벌이던 둘의 갈등의 불씨는 2019년 9월 폭발했다. LG가 그해 독일 베를린 IFA(유럽가전전시회) 현장에서 “삼성전자의 8K는 가짜”라고 선제 공격을 날렸다. 이후 LG는 백라이트가 있는 삼성전자 TV를 ‘QLED(퀀텀닷발광다이오드) TV’라고 광고하는 것은 거짓·과장 광고에 해당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삼성전자도 이에 맞제소하면서, 자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LG OLED TV의 약점으로 꼽히는 번인(잔상) 현상에 대한 영상을 올리며 공격을 이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예민해진 두 기업이 여름철 핵심 가전인 에어컨으로 맞붙은 셈”이라며 “소모적인 논쟁이 아닌 신기술 경쟁을 해야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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