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 주저앉는 사고 막아야[기고/조성일]
조성일 르네방재정책연구원장·전 서울시설공단 이사장 2023. 5. 1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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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교가 갑자기 붕괴해 그 위를 걷던 시민이 떨어져 사망했다.
성남시는 정자교 붕괴 이후 탄천 내 16개 교량의 보행로를 철거하고 다시 짓겠다고 한다.
정자교 보행로가 붕괴하자 보행로만 점검하는데 과연 차도는 안전할까.
다른 교량과 달리 정자교는 강선 다발이 콘크리트 속에 40∼50cm나 깊이 묻혀 있어 사실상 조사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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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교가 갑자기 붕괴해 그 위를 걷던 시민이 떨어져 사망했다. 성남시는 정자교 붕괴 이후 탄천 내 16개 교량의 보행로를 철거하고 다시 짓겠다고 한다. 이 16개 교량은 모두 분당 신도시 조성 당시 만들어졌다. 보행로가 캔틸레버 방식(교량 보행로 아래 따로 지지대가 없고 차도와 붙어 지지되는 방식) 구조라는 공통점이 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이전에 건설돼 교량 노후화에 대비한 기능이 취약한 것도 같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정자교는 서로 딱 붙어 있어야 할 철근과 콘크리트가 눈과 비를 맞으며 헐거워지면서 무너져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정자교 보행로가 붕괴하자 보행로만 점검하는데 과연 차도는 안전할까. 정자교의 차도는 철근콘크리트 말고도 구조물의 뼈대를 이루는 재료가 또 있다. 완공 후 힘을 받아 늘어날 곳을 미리 눌러 두는 강선 다발이다. 강선 다발이 설치된 교량을 포스트텐션드(Post-tensioned) 교량이라고 한다.
이 강선 다발은 물과 염분에 닿으면 녹이 슬어 끊어진다. 이로 인한 사고가 1967년 영국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1990년대에 유럽, 2000년대에 미국, 2010년대에 일본 등에서 잇따라 일어났다. 우리도 2016년에 서울 정릉천 고가의 케이블(텐던) 파단, 2021년 청담1교에서 강선 부식 등이 발견되었다.
영국의 ‘포스트텐션드 교량 기준(CS 465)’은 이 방식의 교량이 사전 징후 없이 갑자기 무너지기 쉽다고 경고한다. 철근콘크리트 속에 묻혀 있는 강선 다발은 보이지도 않고 초음파, 지표투과레이더(GPR) 등 현존하는 각종 비(非)파괴검사를 통해서도 손상을 탐지하기 어렵다. 이에 선진국에서는 콘크리트에 구멍을 뚫어 내시경을 넣는 미(微)파괴조사를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강선 다발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최근에야 ‘시설물 유지관리 세부 지침’에 몇 줄 추가되었는데, 외적으로 상당 규모의 균열이 발견될 때만 책임기술자가 적용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였다. 교량별로 조사해야 할 기본 천공 수를 계산할 공식까지 제시된 영국 등의 규정과 달리 사고를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외적 징후가 나타나지 않는 방식의 교량에서 균열이 육안으로 보인다면 이미 많은 강선 다발이 손상되었음을 의미한다. 아예 균열이 드러나지 않은 채 무너질 수도 있다.
최근 서울시설공단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과 합동으로 해외 문헌조사와 실증모형을 통해 선진국의 조사 방법을 연구하고 교량에 적용한 성과를 공개하고 있다. 관련 지침이 곧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른 교량과 달리 정자교는 강선 다발이 콘크리트 속에 40∼50cm나 깊이 묻혀 있어 사실상 조사가 어렵다. 무너진 보행로 인근 몇 개 정도 겨우 조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대로 형식적인 조사만 마칠 경우, 자칫 차도가 주저앉는 사고를 또 겪을 수 있다. 또한 정자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국토교통부는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정자교 보행로가 붕괴하자 보행로만 점검하는데 과연 차도는 안전할까. 정자교의 차도는 철근콘크리트 말고도 구조물의 뼈대를 이루는 재료가 또 있다. 완공 후 힘을 받아 늘어날 곳을 미리 눌러 두는 강선 다발이다. 강선 다발이 설치된 교량을 포스트텐션드(Post-tensioned) 교량이라고 한다.
이 강선 다발은 물과 염분에 닿으면 녹이 슬어 끊어진다. 이로 인한 사고가 1967년 영국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1990년대에 유럽, 2000년대에 미국, 2010년대에 일본 등에서 잇따라 일어났다. 우리도 2016년에 서울 정릉천 고가의 케이블(텐던) 파단, 2021년 청담1교에서 강선 부식 등이 발견되었다.
영국의 ‘포스트텐션드 교량 기준(CS 465)’은 이 방식의 교량이 사전 징후 없이 갑자기 무너지기 쉽다고 경고한다. 철근콘크리트 속에 묻혀 있는 강선 다발은 보이지도 않고 초음파, 지표투과레이더(GPR) 등 현존하는 각종 비(非)파괴검사를 통해서도 손상을 탐지하기 어렵다. 이에 선진국에서는 콘크리트에 구멍을 뚫어 내시경을 넣는 미(微)파괴조사를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강선 다발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최근에야 ‘시설물 유지관리 세부 지침’에 몇 줄 추가되었는데, 외적으로 상당 규모의 균열이 발견될 때만 책임기술자가 적용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였다. 교량별로 조사해야 할 기본 천공 수를 계산할 공식까지 제시된 영국 등의 규정과 달리 사고를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외적 징후가 나타나지 않는 방식의 교량에서 균열이 육안으로 보인다면 이미 많은 강선 다발이 손상되었음을 의미한다. 아예 균열이 드러나지 않은 채 무너질 수도 있다.
최근 서울시설공단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과 합동으로 해외 문헌조사와 실증모형을 통해 선진국의 조사 방법을 연구하고 교량에 적용한 성과를 공개하고 있다. 관련 지침이 곧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른 교량과 달리 정자교는 강선 다발이 콘크리트 속에 40∼50cm나 깊이 묻혀 있어 사실상 조사가 어렵다. 무너진 보행로 인근 몇 개 정도 겨우 조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대로 형식적인 조사만 마칠 경우, 자칫 차도가 주저앉는 사고를 또 겪을 수 있다. 또한 정자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국토교통부는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조성일 르네방재정책연구원장·전 서울시설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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