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Z세대가 본 사용후핵연료특별법 제정 필요성
작년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난방비 폭탄에 경제적 부담이 컸던 겨울이기도 했다. 원인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변동이었다. 내게는 이 전쟁이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첫째로는 에너지에 종속된 유럽 국가들을 보면서, 둘째로는 에너지 가격 변동에 속수무책이던 우리나라를 보면서 말이다.
이제 에너지 안보 문제는 기후위기와 더불어 보편적인 사회문제다. 특히 에너지 수입국인 우리나라에는 중대한 문제이다. 원자력공학 전공생으로서 이에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바로 원자력이다.
원자력은 고밀도 에너지이다. 우라늄235 1g은 석탄 3t의 에너지를 낸다. 가격이 저렴하고, 많은 양을 비축해둘 수 있어 에너지 확보가 안정적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18개월치 우라늄을 비축해두며, 원자로 장전분까지 고려하면 적어도 2년 내지 3년분을 비축한다. 이에 반해 화석연료 중 최다 비축하는 원유는 약 100일분 만을 비축 중이다. 또, 원자력은 기후위기에도 효과적이다. 탄소배출 없이 대규모 전력 생산이 가능한 에너지원은 원자력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EU 택소노미에서도 원자력을 기후위기에 대항할 친환경 에너지로 지정했다.
하지만 요즘 동향이 심상치 않다. 바로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 때문이다. 대다수 기존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가 2030년 초에 포화될 예정이다. 아직 고준위 방폐장이 없어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할 길도 없다. 다시 말해 저장 수조가 포화된다면 이내 발전소 가동이 멈출 수밖에 없다. 다가올 에너지 안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원전 가동이 멈춰서는 안 된다. 조속히 처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발전소 내에 사용후핵연료를 건식 저장한다면, 고준위 방폐장 건설까지 원전을 가동할 여력이 있다. 특히 건식저장시설은 원자력안전법상 ‘관계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에, 변경허가를 받으면 조기에 설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고준위 방폐장에 이어 건식저장시설 건설까지 계속 늦어지고 있다. 지역 주민이 건식저장시설에 대해 영구 보관 시설로 변질될 우려를 표하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은 모호하고 어려운 행정절차로 인해 혹시 모를 손해가 두렵다고 한다. 현재 보관 기술 성숙도는 충분하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가 늦어지면서 귀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원전 가동과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대한 전 국민의 이해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지만 사안의 시급성을 볼 때 이제는 국가적 결단도 필요하다.
이것이 사용후핵연료특별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이다. 합의를 통해 도출한 특별법은 법적 책임과 행정적 원동력을 가진다. 지역 주민에게는 안정적인 지원 약속과 확실한 사용후핵연료 처분 방안, 사업자에게는 지체 없는 행정적 원동력을 구체화한다.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하에 특별법이 제정되어 지역 지원 방안과 연도별 실행 계획이 확정된다면, 안정적인 사용후핵연료 처분과 함께 다가올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지역 주민과 사업자가 상생하며 다가올 위기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 이것이 진정 합리적인 방안이 아닐까?
이동규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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