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원으로 3억대 아파트를… 다시 고개드는 갭투자

정순우 기자 2023. 5. 1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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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평택, 인천 연수구 등 매매가 대비 전세가 90% 넘기도

최근 전셋값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경기 화성과 평택, 인천 연수구 등 일부 지역에서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수하는 ‘갭투자’가 활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대체로 기업 투자가 활발하거나 교육 여건이 좋아 전세 수요가 풍부하긴 하지만, 전셋값이 추가로 하락하면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역전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인 전세가율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집값이 추가 하락하면 집을 팔아도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 전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4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전국에서 갭투자가 가장 많았던 지역은 화성시로 전체 매매거래(4018건)의 6.4%인 260건이 갭투자였다. 이어 세종시(199건), 평택시(181건), 인천 연수구(172건), 경기 성남시 분당구(152건), 충남 천안시 서북구(150건), 경기 수원시 영통구(139건) 등의 순으로 갭투자가 많았다. 분당구는 전체 거래의 15%가 갭투자였다. 아실은 매매거래가 이뤄지고 3개월 내에 전세계약이 체결되면 갭투자로 분류한다.

최근 갭투자 사례 중에는 전세가율이 90%를 넘는 경우도 있었다. 화성시 석우동 ‘동탄예당마을우미린풍경채’ 전용면적 74㎡는 올해 4월 3억7000만원에 거래됐는데, 한달 후 3억5000만원에 전세거래가 체결됐다. 자기자본 2000만원으로 4억원 가까운 아파트를 매수한 셈이다. 자기자본 한 푼 없이 아파트를 사들인 ‘무자본 갭투자’도 있었다. 평택시 세교동 부영아파트 전용 59㎡는 지난 3월 1억6700만원에 거래됐는데 한 달 후 매매가보다 500만원 높은 1억72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 갭투자가 활발했던 지역들은 비교적 전세 수요가 많은 편이지만, 경기 전망이 불확실해 전셋값과 집값이 어떻게 움직일지 변수가 많다”며 “갭투자가 많은 지역에서 거주중이거나 전셋집을 구하는 사람들은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등 보증금 미반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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