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자연을 망각하다
자연의 다양한 생물에게 사람의 마음을 투영하는 것은 아주 오래된 일이다. 많은 작가들, 사람들, 정치인들은 마치 자연이 자신인 듯, 타인인 듯 자연에 빗대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철새 정치인’처럼 왔다 갔다 하는 정치인을 두고 하는 표현은 철새 입장에서 보면 어처구니없을 것이다.
철새의 이동은 대륙을 넘나드는 생과 삶의 길일진대 간사한 정치인에게 비교하다니.... 이렇게 좋지 못한 예도 있지만 콘크리트 틈에서 돋아나는 새싹을 보며 ‘저런 환경에서도 자라는데 나도 힘을 내 열심히 살아야지’ 하며 용기를 얻기도 한다.
좋은 표현이든 그 반대이든 관점의 주체는 ‘나’인 것이다. 그리고 자연을 얕잡아 보는 잠재의식 속의 습관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연을 허투루 보는 역사는 오래됐다. 우리가 존경하는 철학자조차 자연을 함부로 대해 왔다. 데카르트는 ‘동물은 단지 기계’라고 했고 칸트는 ‘동물은 자의식이 없다’고 했다. 사람은 너무나 오랫동안 자연을 이용해도 무방한 물건으로 여겨왔고 이는 함부로 자연에 생각을 투영하게 된 것이다.
믿지 못할 사람도 있겠지만 생물은 사유하는 존재다. 지능이 매우 높다는 오랑우탄에서 아무 감각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풀들도 각각의 차이는 있지만-사람처럼 말을 못할 뿐이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사고하고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아까시나무는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가시를 점점 길게 내 방어한다. 작약은 수정이 되기까지 꽃가루를 함부로 하지 않는다. 빛이 없는 밤이나 비가 올 때 꽃잎을 오므려 꽃가루를 보호한다. ‘잡초’라 불리는 식물도 결국 인간의 ‘쓸모’라는 관점에서 나온 단어일 뿐이다. 생물들이 살던 땅을 콘크리트로 덮어 버린 주체는 사람이면서 그 틈으로 나오는 식물들을 불쌍하게 보는 것은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오래전에 이어져 나온 생태적 습성을 망각한 것이다.
‘인간은 자신과 자신의 생각, 감정을 우주의 나머지와 구별된 무언가로 경험하는데, 이것은 인간의 의식에 일어나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다’라고 말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을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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