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블랙워싱, 정치적 올바름의 산물이지만...
지난해 대통령선거 결과를 둘러싼 진영 간 승리와 패인 분석은 진행형이지만 대선 담론의 하나에 흔히 ‘PC’로 압축되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 자리하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정치적 올바름은 인종이나 성별, 종교 등을 이유로 소수자와 약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운동이다. 이는 우리 대선에서 주요 이슈로 다뤄지면서 논쟁이 가열됐으며 앞서 2016년 미국 대선에서는 공화당 소속인 도널드 트럼프 당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어젠다로 작용했다. 당시 트럼프는 미국에서 정치적 올바름이 수십년 동안 강조되면서 다문화 존중이라는 사회적 자본이 쌓이긴 했지만 일반 국민, 특히 백인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위선’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음을 간파하고 선거에 적극 이용했다. 반대 진영인 민주당은 이를 ‘전형적인 유권자 갈라치기 수법’이라고 비판했으나 트럼프는 오히려 전통적인 미디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소셜미디어, 선거 유세 등을 통해 정치적 소재 활용을 강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 시점에서 정치적 올바름을 다시 소환하는 이유는 최근 논란이 뜨거운 대중예술 콘테츠의 ‘블랙워싱’과 밀접한 연관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워싱은 과거 백인 배우들이 영화 등 대중예술 주요 장르의 주요 배역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던 미국과 유럽 등 서구 문화예술계의 ‘화이트워싱’ 현상을 빗댄 표현이다. 최근 원작의 줄거리나 설정과 관계없이 흑인 배우가 주·조연으로 등장하는 작품이 많아지면서 블랙워싱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이 논란은 ‘애니메이션 왕국’으로 불리는 미국 콘텐츠 제작업체 디즈니가 주도하는 모양새다. 디즈니는 얼마 전 OTT로 서비스를 시작한 실사영화 ‘피터팬&웬디’에서 주요 배역을 흑인 배우로 채웠다. 요정 팅커벨역을 흑인 배우 야라 샤히디가 맡는 식이다. 이달 중 개봉할 디즈니플러스 실사영화 ‘인어공주’ 역시 주인공 에리얼역에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가 등장한다. 원작이 무색해진 이러한 현상에 팬과 전문가들의 의견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내가 알던 에리얼이 아니다”라는 해시태그 메시지로 블랙워싱을 에둘러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흑인이라고 원작이 백인인 배역을 맡지 못할 이유가 있는가”라는 논리의 반박도 적지 않다.
블랙워싱은 정치적 올바름의 관점에서 볼 필요성이 있다. 대중예술 업체들은 정치적 올바름을 구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특정 인종을 주요한 배역에서 배제하지 않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유색인종을 주요 타깃으로 한 마케팅적 계산도 깔려 있다고 보는 게 옳다.
‘정치적 올바름’이 일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대중예술 분야에 과도하게 반영돼 불필요한 사회적 논쟁을 유발하는 모습은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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