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일본에 첨단 반도체 개발 거점 만든다”
삼성전자가 3000억원을 투자해 일본 요코하마에 첨단 반도체 개발 거점을 설립한다. 올해 안에 건설을 시작해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삼성전자는 이 거점에 첨단 반도체 시제품 생산 라인을 구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강점을 갖고 있는 반도체 생산 능력에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후공정 역량을 결합하겠다는 것이다. 대만 TSMC 반도체 생산 라인에 이어 삼성전자 반도체 거점까지 유치하면서 일본 정부의 자국 반도체 산업 부흥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생산 능력과 일본 후공정 능력 결합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4일 “삼성전자가 일본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일대에 300억엔(약 2971억원)을 투자해 첨단 반도체 시제품 라인을 신설한다”면서 “한국 최고 기업의 일본 진출로, 한일 반도체 산업 연계 강화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삼성전자가 이미 일본 정부에 반도체 시설 보조금을 신청했다”면서 “수백 명 규모의 신규 고용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투자 규모와 전례를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받을 보조금은 100억엔 이상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일본에 시제품 라인을 짓는 것은 일본이 강점을 갖고 있는 반도체 후공정 분야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후공정은 삼성전자와 TSMC 등이 웨이퍼에 찍어낸 반도체에 외부 단자를 연결하고 포장(패키징)하는 비교적 단순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최근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를 하나의 제품에 넣어 성능을 높이는 첨단 패키징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반도체 업체들의 격전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조대곤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최근 반도체 미세 공정 발전 속도가 느려지면서 후공정으로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면서 “일본은 오랜 기간 이 분야에 종사해온 전문가와 원천 특허를 대거 보유한 세계적 후공정 강국”이라고 했다. 삼성전자가 시제품 라인을 건설할 요코하마에는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재팬(DSRJ)이 있다. 지난해 말 요코하마와 오사카 등지에 흩어져 있던 소규모 연구소를 통합한 조직으로 소재·부품·후공정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평택이나 화성 라인 같은 양산 공장에 비하면 투자액이 100분의 1 규모로 생산 시설이라기보다는 신기술을 검증하는 연구 시설에 가까운 라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국내에 10여 곳, 중국에 3곳의 반도체 시제품 생산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일본 시제품 공장은 메모리 반도체보다는 파운드리(위탁 생산)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기업들이 메모리보다는 파운드리 수요가 많은 것도 감안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일본 정부와 협의 중인 것은 맞으나,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세계적 반도체 기업 잇따라 유치한 일본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는 지난 7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첫 반도체 공급망 공조 사례가 될 전망이다. 당시 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한국 반도체 제조 업체와 일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간의 공조를 강화해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는 일본은 세계 반도체 선두 기업을 대거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 대만 TSMC는 일본 소니와 함께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생산 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라인 건설 비용의 절반인 4760억엔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또 메모리 반도체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의 히로시마 라인 증설에도 비슷한 규모의 보조금을 내놓았다.
일본은 국내 기업 육성을 통해 반도체 자체 생산 능력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일본 대표 기업들이 참여해 지난해 11월 설립한 회사 라피더스를 통해 2027년 삼성전자와 TSMC를 앞서는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일본이 단시일 내에 한국과 대만을 따라잡기는 힘들겠지만, 과거부터 축적된 역량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중국의 위협을 받고 있는 대만을 대체하는 글로벌 반도체 허브가 되겠다는 것이 일본의 목표”라고 했다.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TSMC나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웨이퍼에 반도체를 찍어내는 전공정을 마친 후 제품화하는 과정. 웨이퍼에 새겨진 반도체 회로를 외부 단자와 연결하고, 충격에서 보호할 수 있도록 포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반도체 미세 공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반도체를 하나로 묶어 성능을 극대화하는 후공정 기술(첨단 패키징)이 최근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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