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결혼축가
세상에 안 예쁜 신부는 없다. 계절의 여왕인 5월의 신부라면 더욱 그렇다. 결혼식의 백미는 축가다. 축가는 신랑과 신부의 취향대로 고르겠지만 모두가 좋아하는 노래들이 있다.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그중에 그대를 만나/ 꿈을 꾸듯 서로를 알아보고/ 주는 것만으로 벅찼던 내가 또 사랑을 받고/ 그 모든 건 기적이었음을.”
이선희의 ‘그중에 그대를 만나’(2014)는 노랫말이 돋보인다. 흠이라면 부르는 이의 가창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대를 만나고/ 그대와 나눠 먹을 밥을 지을 수 있어서/ 그대를 만나고/ 그대의 저린 손을 잡아 줄 수 있어서/ 그대를 안고서/ 되지 않는 위로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대라는 아름다운 세상이/ 여기 있어 줘서.”
이적이 프러포즈송으로 만들었다는 ‘다행이다’는 결혼 축가의 고전이 됐다. 진솔한 노랫말은 물론이고 부르기도 어렵지 않아서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다.
유리상자(사진)는 결혼 축가의 대명사가 된 듀오그룹이다. ‘사랑해도 될까요’가 프러포즈송이라면 ‘신부에게’는 신부에게 바치는 축가다. 이들이 축가 무대에 선 것만도 족히 1000번은 넘고, 하루 7번 부른 적도 있다고 한다.
“여전히 서툴고 또 부족하지만/ 언제까지나 네 곁에 있을게/ 캄캄한 밤길을 잃고 헤매도/ 우리 두 사람 서로의 등불이 되어주리”라고 노래하는 성시경의 ‘두 사람’은 왠지 신부를 울릴 것 같은 축가다.
축가로 부르면 안 되는 노래도 있다. 아주 오래전에 시인 기형도가 동료 시인의 축가를 불렀다.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었다. 트윈폴리오의 ‘웨딩 케이크’도 마찬가지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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