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사사’는 받는 게 아니라 하는 거다
‘선생(先生)’은 보통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나 “학예가 뛰어난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로 쓰인다. 어떤 일에 경험이 많거나 잘 아는 사람이 곧 ‘선생’이다. “엄 선생, 이것 좀 도와 줘” 등처럼 남을 높여 부르는 말로도 쓰인다.
‘선생’은 요즘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지만, 옛날에는 주로 관직에 쓰던 말이다. 조선시대 때 성균관에 둔 교무 직원이 ‘선생’이고, 각 관아에서 전임 관원을 이르던 말도 ‘선생’이다. 고려시대에는 과거에 급제한 사람에 대한 존칭으로 ‘선생’이 쓰였다, “아무리 벼슬이 높은 사람이라도 과거에 급제하지 못하면 ‘선생’이라 부르지 않고 그저 ‘대인’이라 불렀다”는 얘기가 <해동잡록>이라는 문헌에 실려 있다.
그렇게 대단한 ‘선생’을 더 높여 이르는 말이 ‘스승’이다. 특히 ‘스승’은 단순히 지식과 학예 따위를 전달해 준 사람보다 ‘가치와 이념 등을 깨닫게 해 삶을 인도해 준 사람’의 의미가 더 강하다. 우리가 매년 5월15일을 ‘스승의날’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스승의날’은 충남 강경여자중·고등학교 청소년적십자단 단원들이 병중에 있거나 퇴직한 교사들을 위문하기 위해 찾아가기 시작한 데서 유래됐다. 처음에는 5월26일이 ‘은사의날’이었는데, 1965년 교직단체 등이 기념일을 주관하면서 우리나라 문화와 교육에 큰 업적을 남긴 세종대왕의 탄일인 5월15일(음력 1397년 4월10일)로 변경했다.
한편 스승과 관련해 자주 틀리는 말로 ‘사사받다’가 있다. ‘사사(師事)’는 “스승으로 섬김” 또는 “스승으로 삼고 가르침을 받음”을 뜻한다. 즉 ‘사사받다’는 ‘내’가 스승이 됐다는 의미가 되고 만다. 또 ‘사사’에는 이미 ‘받다’는 의미도 표함돼 있다. 따라서 ‘사사받다’는 ‘사사하다’로 써야 한다.
아울러 스승이나 윗사람이 남자인 경우 그 부인을 부르는 말은 ‘사모님’이고, 스승이나 윗사람이 여자라면 그 남편을 ‘사부(師夫)님’ ‘○ 선생님’ ‘○ 과장님(직함이 있을 때)’ 등으로 쓰는 것이 우리말의 언어 예절이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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