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정치인의 막말은 '평범한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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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을 한 여야 정당 최고위원들이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
막말을 한 인사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장경태 의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김재원 전 의원과 태영호 의원이다.
최고위원들은 진영논리에 갇힌 언어규칙을 사용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사는 국민과의 소통에서 공감과 상식을 파괴하는 '평범한 악'을 저질렀다.
최고위원들의 막말이 '평범한 악'이 된 만큼 일벌백계로 국회의 기강을 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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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을 한 여야 정당 최고위원들이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 정치권이 국민정서에 반하는 망언을 일삼으니 얼마나 한심하겠는가. 막말을 한 인사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장경태 의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김재원 전 의원과 태영호 의원이다.
장경태 최고는 김건희 여사에 대해 '빈곤 포르노 콘셉트 사진 연출'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할 당시 환영 나온 화동의 볼에 입을 맞춘 것을 놓고 "성적 학대행위"라고 막말을 했다. 장 최고는 명예훼손으로 고발되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됐다.
김재원 최고는 "5·18정신을 헌법에 수록할 수 없다" "전광훈 목사가 우파 천하통일" "제주 4·3은 격이 낮은 기념일" 등 극언을 반복했다. 태영호 최고도 "제주 4·3은 북한 김일성의 지시"라거나 "백범 김구 선생이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했다"는 막말을 했다. 최고위원을 사퇴한 태 의원과 김 최고는 각각 '당원권 3개월 정지'와 '당원권 1년 정지'라는 징계를 받았다.
최고위원들의 막말행태는 해나 아렌트가 '예수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언급한 것처럼 무사유(thoughtlessness), 즉 생각과 말하기의 무능함을 닮았다. 아렌트는 다른 사람의 처지에 공감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말하기의 무능은 행동의 무능을 낳아 결국 '평범한 악'(banality of evil)에 빠진다고 했다. 최고위원들은 진영논리에 갇힌 언어규칙을 사용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사는 국민과의 소통에서 공감과 상식을 파괴하는 '평범한 악'을 저질렀다. 어쩌다가 '평범한 악'에 빠진 것일까.
그 핵심에는 언어가 있다. 이들은 정치인의 언어가 아니라 종교인의 언어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정치인이 종교인이나 철학자가 쓰는 절대적인 언어를 사용할 때 악행에 빠진다고 했다. 그에 의하면 신 앞에 호명되는 인간은 '단수의 인간'으로 호명되듯이 종교와 철학의 언어는 근본적으로 인간을 단수의 인간(man)으로 보기에 여기서의 인간은 개별적 차이를 떠난 하나의 '보편적 인간'으로 취급된다. 결국 이런 '단수의 인간'으로 보는 언어는 어떠한 차별도 뛰어넘는 인간 존엄성의 근원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처지가 다른 다양한 인간이 겪는 갈등과 조정의 필요를 무시하게 되는 억압적인 언어가 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정치인의 언어는 복수의 인간(men)을 상정하는 게 특징이고 여기서는 여러 사람의 의견과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갈등을 조정, 조율하는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게 된다. 따라서 여러 복수의 개별적 인간을 다루는 정치언어는 '진리'(truth)를 다루는 종교와 철학의 언어와 달리 '의견'(opinion)에 머물러야 한다고 봤다.
정치인들이 소박한 '의견'의 언어가 아니라 종교와 철학의 언어를 빌려 절대적인 '진리'를 추구하면 결국 의견조율이 힘들기에 공론장을 깨는 폭력이 발생한다. 최고위원들의 막말이 '평범한 악'이 된 만큼 일벌백계로 국회의 기강을 확립해야 한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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