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돈 순금 퍼터' 받은 이승현 "후원사의 귀한 사랑, 지도자로 모두 나눠주겠다"
(MHN스포츠 용인, 김인오 기자) "NH투자증권의 귀한 사랑을 가슴에 새기고 골프 후반전은 지도자로 봉사하겠다."
'퍼팅의 신' 이승현이 정든 필드를 떠났다.
2010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후 2021년 중반까지 만 11년 동안 246개 대회를 뛰었다. 지난해 2월 딸(문소윤) 출산 후 잠시 복귀도 생각했지만 육아와 가정에 충실하기로 결정했다. 이제는 후배들을 위한 지도자로 변신했다.
이승현은 KLPGA 투어 통산 7승을 거뒀다. 총상금은 무려 30억 원을 넘겼다. 7승 중 6승을 NH투자증권 모자를 쓰고(2013년 계약 당시는 합병 전 우리투자증권) 달성했다.
NH투자증권은 14일 이승현을 위해 은퇴식을 준비했다. 이날 막 내린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시상식의 한 부분을 할애했다. 이승현은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환한 미소로 '10년 동행'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고, 후배들과 인사하면서 그 누구보다 즐거운 표정으로 필드와 작별을 고했다.
떠나는 이승현에게 NH투자증권은 정성 가득한 선물을 준비했다. 마지막까지 이승현의 손에 들렸던 퍼트를 본따 순금 퍼터를 제작했다. 순금 100돈이 사용됐으며 약 4000만원의 제작비가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이승현은 순금 퍼터 얘기를 먼저 꺼냈다. 그는 "너무나 귀한 선물을 받았다. '이렇게 사랑을 받아도 되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지난 시절을 돌아보면 NH투자증권은 항상 분에 넘치는 대우를 해줬다"며 "회사는 나에게 가족이자 영원한 지지자, 그리고 동반자다. 이제는 내가 더 잘해야 겠다는 책임감이 생긴다. 언제나 나를 필요로 하면 달려갈 생각이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승현은 골프 인생 후반전을 후배들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그는 자타공인 퍼팅의 달인이다. 지켜야 하는 상황, 넣어야 되는 기회 등에서 좀처럼 실수를 용납하지 않았다.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 240야드를 넘지 않는 소위 '짤순이'지만 우승컵을 번쩍 번쩍 들어올렸다. 어쩌면 '퍼팅은 돈'이라는 골프 격언에 딱 들어맞는 선수가 바로 이승현이다.
10년 넘게 투어를 뛰면서 통산 라운드당 평균 퍼팅수는 29.89개다. 평균 30개 이하면 수준급으로 인정받는다. 올 시즌 KLPGA 투어에서 30개를 넘지 않는 선수는 26명에 불과하다. 충분히 '달인' 칭호를 받을 만한 선수가 바로 이승현이다.
현역 시절에도 선후배들의 퍼팅 고민을 해결해주던 이승현은 은퇴 후 본격적인 지도자의 길을 걷기로 했다. 그는 "한 두 명씩 지도하다가 숫자가 많아져 고심끝에 아카데미를 열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6월 서울 양재동에 '이승현 골프스튜디오'를 오픈했다. 지금은 약 50명 정도의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는 나의 소중한 일터다"고 소개했다. KLPGA 투어를 대표하는 김수지와 지난해 첫 우승한 홍지원 등 많은 선수들이 그의 제자다.
퍼팅은 꼭 배워야하나. 이승현은 단호한 어투로 'YES'를 외쳤다. 그는 "주니어부터 투어 정상급 선수들까지, 그들의 퍼팅 모습을 보면 기본적인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크게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퍼팅에 정답은 없지만 방법은 분명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0년 넘게 투어를 뛰면서 각종 상황을 많이 경험했고, 나름 공부도 많이 했다고 자부한다. 그걸 토대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또한 가르치면서 저절로 새로운 공부가 된다. 그러면 또 더 많은 걸 전수할 수 있다. 퍼팅 고민이 있다면 한 번쯤은 나를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선수 시절 많은 족적을 남겼지만 10승을 채우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쉽다. 이승현은 "7승을 올리는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그래도 골프를 시작하면서 세웠던 두 자릿 수 우승 목표를 이루지 못한 점은 가슴 한 켠에 안타까움으로 남아있다. 남은 3개의 우승컵은 내 제자들이 꼭 채워줬으면 좋겠다"라는 마지막 바람을 전한 후 새로운 인생길로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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