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군부시대 종지부?… 전진당 '깜짝 돌풍'에도 태국 미래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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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쿠데타로 집권한 태국 군부 정권이 14일 총선에서 심판당했다.
출구조사 결과 야권이 60%가 넘는 득표율을 얻을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총리 선출 가능 의석을 달성하기 위해 야당들이 연립정부 구성을 시도하고, 군부가 이를 방해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출구조사는 '야권 승리'를 가리켰지만, 태국의 미래가 곧바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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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석 압승' 못해 연정 구성 불가피
군부, 또 정당해산·쿠데타 가능성도
2014년 쿠데타로 집권한 태국 군부 정권이 14일 총선에서 심판당했다. 출구조사 결과 야권이 60%가 넘는 득표율을 얻을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그러나 군부가 곧바로 실각하는 것은 아니다.
의원내각제를 도입한 태국에선 정부 수반인 총리를 의회에서 표결로 뽑는다. 야권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단독으로 새 총리를 선출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하진 못할 가능성이 크다. 총리 선출 가능 의석을 달성하기 위해 야당들이 연립정부 구성을 시도하고, 군부가 이를 방해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군주제 폐지’ 전진당 151석 확보
현지 방송 타이PBS에 따르면 15일 오전 1시(한국시간 오전 3시) 현재 개표율 92% 기준 비공식 개표 결과 젊은 층의 지지를 받는 개혁 성향 진보 정당 전진당이 하원 500석 중 151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왕실모독죄 폐지 등 개혁적인 공약을 내세운 전진당은 피타 림짜른랏 대표가 총리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1위에 오르며 돌풍을 예고했고, 실제로도 예상을 뛰어넘어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 세력인 현 제1야당 푸어타이당의 같은 시각 예상 의석은 141석이다. 탁신 전 총리 막내딸인 패통탄 친나왓이 총리 후보로 나선 푸어타이당은 2001년 이후 선거에서 1당 자리를 처음으로 빼앗기며 야권의 맹주 자리를 내놓을 처지가 됐다.
이어 중도 세력인 품차이타이당이 70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아누틴 찬위라꾼 부총리 겸 보건장관이 이끄는 품차이타이당은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군부 중심의 현 연립정부에 참여했다. 친군부 정당 팔랑쁘라차랏당과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가 이끄는 루엄타이쌍찻당은 각각 40석, 36석이 돌아갈 것으로 나타났다. 500석 중 350석은 지역구 몫이고, 150석은 정당 비례대표 몫이다.
출구조사는 ‘야권 승리’를 가리켰지만, 태국의 미래가 곧바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상원의원 250명, 하원의원 500명을 합친 750명이 다수결로 총리를 선출하는데, 상원의원 250명은 군부가 지명했다. 야권이 상원 지지 없이 총리 선출권을 행사하려면 하원의원 376명을 확보해야 한다.
전진당이 예상을 깬 1위를 차지했지만 ‘나 홀로 376석’을 채우지 못한 만큼 군부 정권을 끝내려면 다른 당의 손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가장 유력한 파트너는 푸어타이당이다. 다만 푸어타이당의 예상 의석수만으로는 부족하다. 품차이타이당 등의 협력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태국에서 금기인 군주제 개혁을 비롯 △징병제 폐지 △동성결혼 합법화 등 민감한 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전진당을 중도, 보수 성향의 다른 야당들이 수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개표를 거쳐 정부가 총선 결과를 공식 발표하는 올해 7월까지 연립정부 구성을 두고 정치권이 소용돌이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군부는 생명 연장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전망이다. 선거 결과에 소송을 제기해 새 정부 출범을 지연시키거나, 정당 해산, 또 다른 쿠데타 등으로 응수할 가능성도 있다. 태국 헌법재판소는 친군부 성향이어서 법적 대결로 끌고 가면 군부가 유리하다. 이에 따라 새 총리 선출은 빨라야 올해 8월에나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태국 정국이 몇 개월간 소용돌이 칠 것이란 얘기다.
이번 선거는 2014년 육군참모총장이었던 쁘라윳 총리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뒤 두 번째 열리는 선거이자 2020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첫 선거다. 변화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은 투표소로 몰렸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율이 85%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1946년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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