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직 내려놔야""다 죽게 생겼다"…김남국 성토장된 민주 의총(종합2보)
민주 결의안 채택, 김남국 추가 조사·이달내 가상자산 재산신고 법안 통과 담아
(서울=뉴스1) 김경민 강수련 이서영 기자 =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이어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암호화폐) 의혹까지 겹악재에 직면한 더불어민주당이 14일 개최한 쇄신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지도부의 늑장 대응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탈당한 김 의원을 두고 당 진상조사를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고 시작부터 의총 공개 여부를 두고 지도부와 비명계가 충돌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재명 대표의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발언부터 사퇴 요구까지 제기됐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오후 10시 30분쯤까지 약 6시간30분 동안 비공개 쇄신 의총을 열고 돈봉투 살포 논란과 김 의원의 암호화폐 의혹 등과 관련해 국회의원 설문조사에 이어 국민·당원 대상 여론조사 발표, 자유 토론, 종합 토론 등을 거쳐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엔 △김 의원에 대한 추가조사 진행 △당 윤리기구 강화 △암호화폐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에 포함 △당 차원 혁신기구 설치 및 정치혁신 방안 마련 등이 담겼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이후 기자들에게 "(김 의원 본인의 동의를 얻어서 최대한 조사를 진행하려고 한다"며 "(김 의원이 협조하지 않더라도) 이미 확보된 자료를 통해서나 다른 방법으로 조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는 "(김 의원을) 조사한다는 것은 우리가 조사 중단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며 "조사 범위를 어디까지 한다, 어떻게 한다는 얘기는 못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당내에서 제기된 김 의원의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 요구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고 특별히 절차적인 추가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라서 결의문에 담거나 결정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국회의원 재산 투명성 강화를 위해서는 5월 안에 가상자산을 재산신고와 이해충돌 내역에 포함해 법의 미비점과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5월 안에 법안을 통과시키고 부칙에 즉각 시행을 명시하겠다"며 "법 통과 즉시 고위 공직자가 가상자산을 신고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결의문 채택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초선 의원들이 대거 나섰다. 이 원내대변인은 "지금까지 한 번도 의원총회에서 발언하지 않았다고 하는 초선 의원들도 굉장히 많이 첫 번째 발언을 했다"며 "그만큼 열기가 뜨거웠고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현재 당면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 의지가 엿보였다"고 평했다.
민주당 의원 대부분은 의총에서 당 지도부의 늑장 대응을 강력 비판하며, 탈당한 김 의원을 놓고 당 진상조사단 활동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당의 대응에 대한 비판적인 지적,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며 "'김남국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단이 조사를 멈춰선 안 된다, 비록 본인이 탈당한다고 하더라도 협조를 구해서 당이 이 사안에 대해서 정확하게 더 파악해야 된다는 요청과 문제 제기들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은 자유토론 이후 기자들과 만나 "돈봉투 사태든 이번 코인 사태든 늑장 대응에 뒷북 대응으로 비판받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당 지도부에 '지금처럼 좌고우면하고 늑장 대응해서는 민주당이 다 죽게 생겼으니, 당 대표가 쇄신의 칼을 들고 휘둘러라'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의 탈당을 두고는 "당 진상조사가 진행되는 중에 무책임하게 탈당 선언을 했다"며 "(이에 대해) 구성원들이 다 분노하고 있으니, 조사도 계속하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도 제소하라고 주장했다"고 강조했다. 당 진상조사가 아닌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소 의견이 더 많았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은 전했다.
일각에선 '이재명 책임론'도 거론됐다. 설훈 의원은 "이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이 대표의 사퇴까지 직접 언급했다고 한다.
한 재선 의원은 의원총회가 끝난 뒤 통화에서 "대표가 있는 자리에서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 사퇴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며 "이 대표가 있는 한 국민들의 민주당에 대한 불신은 해결되지 않고 당도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김 의원이 탈당하더라도 받지 말고 끝까지 조사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며 "정치는 생물 집단이니 정무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주로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의총에선 소속 국회의원 대상 암호화폐 전수조사를 요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 신고센터를 만들자는 주장도 나왔다고 한다.
의총 시작전부터 공개여부를 놓고 친명계와 비명계가 맞붙기도 했다. 신동근 의원은 의총 비공개 직전 "혼란스러워도 국민들께서 우리 당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얼마나 쇄신하는지에 대해 공개하는 게 좋다"며 "우리가 숨길 이유가 있냐"며 공개 의총을 주장했다.
설훈 의원 역시 "의총은 공개가 원칙"이라며 "우린 국민의 대표지, 개인 개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설 의원은 또 "국민의 대표가 말하는 건 자신이 책임져야 된다"며 "따라서 국민 대표가 하는 얘기는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가세했지만, 결국 지도부는 비공개로 의총을 진행했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의총 시작 전 김 의원의 가상자산 논란에 직접 사과했다. 김 의원은 의총 직전 "더이상 당과 당원 여러분께 부담을 드리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탈당했다.
이 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조금 전에 민주당 국회의원이었던 김남국 의원이 최근에 벌어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탈당했다"며 "민주당을 대표해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km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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