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中 소도시 쯔보 꼬치구이의 경제학
지방정부, 교통 개선 등 측면지원
외국기업 투자 열올리며 동시 제약
중앙정부 ‘쯔보 성공 전략’ 배워야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통제를 해제한 뒤 처음 맞는 노동절 연휴(4월29일∼5월3일) 동안 주요 관광지가 인산인해를 이뤘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연휴 기간 관광지를 찾은 사람들이 인파로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의 영상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연휴 기간 중국 내 관광객은 2억7400만명으로 제로코로나 정책을 폈던 지난해 동기 대비 70.8%,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에 비해 19.1% 늘었다.
그럼에도 매일 오후 4∼5시만 되면 쯔보 꼬치구이 식당 1228곳마다 긴 줄이 늘어서고 2∼3시간 대기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지난 3월에만 쯔보를 다녀간 관광객이 인구보다 많은 480만명에 달했다. 꼬치구이 식당 한 곳당 하루 평균 1만∼1만2000개씩 팔린다.
중국인들도 잘 모르는 쯔보에 관광객이 몰리자 이유를 분석한 기사들이 잇달아 나왔다.
우선 가격이다. 고기류는 꼬치당 2위안(약 385원), 야채류는 1위안으로 1인당 40위안(약 7700원) 정도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적잖은 차비와 숙박비를 감내하고 쯔보에 올 이유는 크지 않다. 쯔보에 와서 편하게 꼬치구이를 먹을 수 있도록 지방정부가 지원 사격에 나섰다. 관료주의가 강한 중국에서는 흔치 않은 경우다.
당국은 매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산둥성 성도 지난과 쯔보를 오가는 왕복 전용 열차를 개설하고 꼬치구이 식당을 갈 수 있도록 대중교통 노선을 조정했다. 기차역 등에 맛집을 안내하는 자원봉사자도 배치했다. 노동절 연휴에는 각종 바비큐 소비 쿠폰 25만장을 배포했다.
무엇보다 관광객이 몰릴 때 발생하는 식당과 호텔 바가지요금 등 불법 행위를 철저히 감독했다.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중국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움직였다. 인증샷과 영상 등을 SNS에 올리며 쯔보 방문을 일종의 유행처럼 만들었다. 연휴 때 쯔보 여행 예약은 2019년보다 441% 증가했다.
다른 지방정부도 소비자를 위한 쯔보 행정을 배우기 위해 시찰단을 보내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방정부가 쯔보의 성공에서 시사점을 얻으라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쯔보의 성공에서 배워야 할 곳은 중국 중앙정부다. 미국과 전략경쟁을 하고 있는 중국은 위드코로나 전환 후 적극적인 외국 기업 투자를 위해 개혁·개방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 기업 등을 대상으로 스파이 딱지를 붙이며 급습하거나 직원 구금 등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미국 컨설팅업체 캡비전 중국 사무소가 민감한 산업 정보를 캐내려 정부·군·정보기관과 연관 있는 기업들로부터 컨설팅 프로젝트를 대거 수주했다며 조사받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계기로 정식 취임한 리창(李强) 총리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개방·친기업을 강조했지만 먹히지 않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체제에서 리 총리의 존재감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과 딱 맞아떨어진다.
지난해 전 세계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액 1조2810억달러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4.9%를 기록했다. 중국은 14.1%였다. 본격적인 전략경쟁이 벌어진 2021년부터 미국이 중국을 재역전했다.
중국에 외국의 투자를 늘리려면 정부는 쯔보에 관광객이 몰리는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자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에 제약을 거는 겉과 속이 다른 중국의 민낯이 더 드러날 경우 중국은 외국과의 ‘정랭경온(政冷經溫: 정치적 냉각기, 경제적 협력)’ 기조마저 유지하기 힘들 수 있다.
이귀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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