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제일교회 배제한 장위동 개발 “더 이상 전광훈에 끌려다니지 않겠다”
“너무 돌아왔다…늦었지만 다행”
구역 지정 등 원점에서 다시 시작
빨리 진행돼도 내년 말 착공 가능
“조합원들 교회와 협상 전면 거부”
교회는 그대로 놔두고 사업 진행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지난 10일 오후 3시 임시총회를 열어 ‘사랑제일교회 제척의 건’을 가결했다. 이날 임시총회에 현장 혹은 서면으로 참석한 조합원 422명 중 363명(86.0%)이 정비사업에서 사랑제일교회를 영구적으로 배제하는 데 찬성했다.
‘500억원 합의’로 알려진 사랑제일교회와의 합의 관련, ‘사랑제일교회 종교시설 포괄적 합의 해제의 건’ 역시 422명 중 324명(76.7%)이 동의하며 가결됐다. 임시총회 결과로 사랑제일교회는 장위10구역 정비사업에서 영구적으로 배제됐다.
주동준 조합장 직무대행(66·관리이사)은 “늦었지만 지금부터는 아파트를 짓는 데만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장위10구역 조합 지도부는 공석 상태다. 2020년 10월 선출돼 조합을 꾸려온 장순영 조합장은 지난해 12월 조합장직을 내려놓고 평조합원으로 돌아갔다. 현재는 주 직무대행이 조합을 지키고 있다.
경향신문은 임시총회가 끝난 다음날인 11일 돌곶이역 인근 조합사무실에서 주 직무대행을 만났다.
- 사랑제일교회와 갈라서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정말 오래 걸렸다. 대법원 승소판결(교회부지 인도소송)을 받아내고도 강제집행을 하지 못했고, 500억원을 주면 나가겠다는 교회 측의 말에 또 한 번 속았다가 어제(10일) 임시총회를 통해 완전히 교회를 배제할 수 있게 됐다. 이제 더 이상은 교회에 끌려다닐 이유가 없어졌다.”
- 사랑제일교회 제척 안건에서 예상보다 많은 찬성표가 나왔다.
“조합원 단체대화방이 있다. 조합원들 불만이 많았다. ‘(500억원을 달라고 한다고) 돈을 주는 지저분한 짓은 하지 말자’ ‘교회를 아예 제외하고 우리 집을 짓자’는 의견이 많았다. 자기네가 먼저 500억원을 주면 (현재 교회부지에서) 나간다고 제안했으면서 이행하지도 않는 사람들과 무슨 대화를 하느냐, 대화가 되지 않는 사람들과 대화하겠다는 조합은 도대체 뭐 하는 짓이냐는 질책도 많았다. 총회 결과도 결국 조합원들의 뜻이다.”
- 이제 시작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많이 늦었다. 조합원들은 2018년부터 이주한 상태인데.
“이주한 지 5년이 지났다. 조합원 중에는 별도 수입이 없는데도 임대주택에 거주하며 월세를 감당하고 계신 분들도 많다. 정비사업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내가 조합에 들어온 것도 결국 내 집이 너무 늦게 지어져서였다. (임시총회로) 정비구역 지정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아무리 서둘러도 정해진 행정절차를 뛰어넘을 수 없고, 완공은 2028년에나 가능한 상황이니 많이 늦은 것도 맞다. 그래도 이게 더 이상 교회에 끌려다니지 않고, 조합원들이 경제적 손해를 덜 보면서 내 집에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이다.”
장위10구역 정비사업으로 살던 곳을 떠난 조합원 422명 가운데 24.4%가 70대 이상(70대 61명·80대 이상 42명)이다.
이번 임시총회는 결국 지금까지 진행한 모든 정비사업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미 시공사 선정·이주·철거 등 물리적 절차는 완료된 상태이지만 사랑제일교회를 제외하고 정비사업을 이어가려면 각종 인허가부터 지난한 행정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조합은 정비구역 지정에서부터 관리처분인가까지 완료하는 데 최소 20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무리 일러도 내년 말은 돼야 착공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조합원 절대다수가 ‘교회하고 다시는 협상하지 말라’ ‘(교회에서) 내일이라도 당장 나간다고 해도 협상하지 말라’고 했다. 어떤 조합원은 ‘내 전 재산이 다 날아가도 좋으니 협상하지 말아라. 교회에는 내 돈 단 1원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새 정비사업계획안에 따르면 정비사업을 통해 늘어나는 가구 수는 기존 정비계획과 동일한 2004가구다. 교회 이전이 무산되면서 사업부지는 당초 계획보다 작아졌지만 용적률 완화로 가구 수가 줄어들지 않은 것이다.
사랑제일교회가 이전하기로 합의했었던 단지 북동쪽 부지에는 107~109동 총 3개 동이 들어선다.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평형은 기존 계획보다 줄고, 113㎡ 이상 대형평형이 늘어난다. 이 중 1496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나올 예정이다.
사랑제일교회는 원래 위치에 그대로 남으면서 아파트 단지에서 완전히 제외된다. 교회 옆으로는 안식일교회, 동주민센터, 공원이 조성된다. 주 직무대행은 “정비사업 부지가 네모반듯한 직선이면 가장 좋겠지만 굳이 그렇게 짓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단지배치계획을 다시 세워보니 정비사업에 교회부지가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합은 교회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로 하고 현재 청구액 산정 등 법률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사랑제일교회는 지난해 9월 교회부지에서 나가는 대가로 조합에 500억원 지급을 제안했고, 지난해 10월6일까지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교회는 망루 4개 중 3개를 철거했지만 이주 작업은 진행되지 않았다.
전광훈 목사는 지난달 10일 돌연 기자회견을 열고 “이사 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교회 측은 조합에 어떠한 공문도 보내지 않았다. 일방적인 합의파기인 셈이다.
합의파기에 따라 조합이 교회 측에 제시할 청구액은 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교회 이주가 완료됐어야 하는 지난해 10월6일 이후 현재까지 약 7개월간 다른 비용을 모두 제외하고 사업비·이주비만 계산한 값(7개월×이자 월 15억원)이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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