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냐, 카스냐…올여름 대표 라거 ‘격전’
하이트진로 신제품 ‘켈리’…30년 가까이 1등 오비맥주 ‘카스’에 도전장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첫 여름 성수기, 시들해진 맥주 시장 부활에 사활
국내 맥주 업계 ‘영원한 맞수’인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대한민국 대표 라거 타이틀을 걸고 자존심 경쟁을 벌인다. 특히 이번 여름은 코로나19 사실상의 종식 이후 맞는 첫 여름 성수기여서 맥주 신제품 경쟁이 더 뜨겁다.
1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최근 출시된 ‘켈리’ 돌풍이 거세다. 하이트진로는 한 달여 전 선보인 켈리가 최단기간 100만 상자 판매를 기록하는 등 330㎖ 기준 3160여만개, 1초당 10병 이상이 팔리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서울·대구·부산 등 3곳에서 동시 선보인 팝업스토어 ‘켈리 라운지’는 8만여명이 찾았을 정도다.
젊은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전략이 주효했다. 일반적으로 맥주에서 청량감이 있으면서도 진한 맛을 동시에 내기는 쉽지 않다. 켈리는 덴마크산 맥아를 두 차례 숙성시켜(더블숙성 공법) 부드럽고 풍부한 맛을 구현했다고 한다.
켈리 출시로 기존의 인기 라거 테라 판매량이 주춤할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통상 신제품이 나오면 기존 맥주 판매량이 감소하지만 테라는 켈리가 첫선을 보인 4월 한 달 동안에만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4년 전 ‘진로이즈백’을 내놓을 때 참이슬의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었는데 오히려 60% 후반까지 늘었다”면서 “올여름에는 켈리와 테라 투트랙 전략으로 국내 맥주 시장 1위를 반드시 탈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의 당당한 기세에도 선두 오비맥주는 걱정이 없다는 분위기다. 현재 국내 맥주시장은 ‘카스’가 30년 가까이 1등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 집계 결과 카스는 지난 1분기 가정용 맥주 점유율 42.8%로 1위를 기록했다. 업소용 맥주를 추가할 경우 연간 25억병, 하루 평균 700만병씩 팔리는 등 ‘대한민국 대표 라거’ 타이틀을 한 번도 빼앗긴 적이 없다. 메타베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맥주는 카스(39.6%)였고 테라(30.7%)는 2위였다.
오비맥주의 1위 굳히기를 돕는 데 ‘한맥’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 3월 새 단장을 한 한맥은 쌀로 만들었다는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디자인에 흰색 띠를 둘렀다. 4단계 미세여과 과정을 거쳐 풍부한 거품과 부드러운 목 넘김을 한층 살렸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국내 부동의 1위 맥주인 카스와 한맥을 사랑하는 국민의 입맛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켈리와 카스의 자존심 경쟁과 달리 코로나19 장기화로 거리 두기가 일상화하면서 맥주 인기는 다소 시들해진 편이다. ‘혼술족’이 늘어나고 젊은층을 중심으로 위스키와 와인 등이 많이 팔리고 있다. ‘폭탄주’를 즐기던 직장인들의 회식 문화가 줄고, 고물가 속에 ‘4캔에 1만원’이던 편의점 가격마저 흔들리면서 가정 내 맥주 소비도 감소세에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엔데믹과 함께 찾아온 올여름에 맥주가 부활할지 주목된다”면서 “영원한 맞수인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한판 대결 결과가 벌써 궁금해진다”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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