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①: 오염수가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
오염수 아무리 정화해도 몇몇 핵종은 제거 안돼
부산 비롯한 우리나라 전역 방사능 오염 우려 커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여러분은 2011년 3월 11일 일본을 강타한 대규모 지진을 기억하시나요? ‘동일본 대지진’이라고 불리는 이 지진은 일본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대지진으로 알려져 있어요. 규모 9.0의 지진은 지구를 축에서 벗어나게 할 정도로 강력했죠. 당시 지진으로만 1만8000명 이상이 사망했고, 하루아침에 한 마을이 지도에서 사라졌어요. 게다가 거대한 쓰나미까지 동반하면서 순식간에 마을을 덮쳤죠.
이때 마을을 덮친 쓰나미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시스템은 지진이 일어난 직후에는 원자로를 자동으로 가동 중단하며 비상용 디젤발전기의 전력으로 원자로의 냉각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14m 높이의 쓰나미에는 버텨낼 수 없었죠. 비상용 디젤발전기를 비롯한 냉각수의 취수 펌프 등이 침수돼 사용 불능 상태에 빠지며 원자로는 ‘물 없는 솥’을 태우는 것 마냥 핵분열 생성물의 붕괴열이 계속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원자력발전에 필요한 핵심 물질이 들어있는 원자로의 한가운데 부분이 녹아내리는 ‘멜트 다운(Melt down)’ 현상에 이르렀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소 폭발이 수차례 일어났고 주변은 불바다가 됐습니다. 핵연료 속의 방사선 물질은 태평양 등 외부로 누출돼 주변 지역이 오염됐죠.
일본은 사고 당시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냉각수를 10여 년간 주입했습니다. 외부에서는 지하수까지 유입돼 원전 내에서 하루 최고 180t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죠. 후쿠시마 원전 내에는 오염수 저장 탱크 1000여 개가 설치돼 있습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오염수에 탱크의 90%가 꽉 차며 포화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저장 탱크를 계속해서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오염수를 하루 빨리 처리할 방안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기준 이하로 희석해 해양 방출하는 방안을 최종 결정했죠. 일본은 이르면 오는 7월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오염수 방류 괜찮을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는 삼중수소(트리튬), 세슘124·세슘137, 스트론튬-90, 탄소-14, 플루토늄 등 방사선 핵종 물질이 포함돼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다핵종제거장치(ALPS)를 이용해 이 물질들을 처리하고 오염수를 물로 희석해 바다로 방출할 예정이라고 밝혔죠.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의 농도를 일본 규제 기준의 1/40,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식수 기준의 1/7 수준인 1500Bq/L까지 낮추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국가별로 삼중수소처리 수질 기준은 크게 다릅니다. 음용수를 기준으로 볼 때 일본의 삼중수소 처리 수질 기준은 호주 7만6103Bq/L에 이어 가장 느슨한 기준치인 6만Bq/L입니다. 러시아 7700, 미국 740, 유럽 100Bq/L과는 엄청난 차이가 나죠. 사실상 기준치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방사능 물질을 정화하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요? ALPS로 아무리 정화를 한다고 해도 삼중수소 스트론튬 등 몇 가지 핵종은 제거되지 않습니다. 오염수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고농도 방사성 물질입니다. 그중 트리튬, 즉 삼중수소가 가장 문제가 됩니다. 삼중수소는 수소의 일종으로 물의 일부로 존재하기 때문에 물에서 분리해 제거하기가 어려운 것이 특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아무리 정화해도 절대로 전부 없앨 수 없죠. 삼중수소뿐만 아니라 스트론튬, 탄소-14 등도 제거되지 않습니다. ALPS를 이용해 60여 종에 이르는 방사능 물질을 정화한다고 하나, 삼중수소는 물론 스트론튬, 탄소-14 등은 제거되지 않죠. 오염수에서는 약 62개 핵종 가운데 53%가 핵종별 배출기준을 초과했고, 15%는 10~100배 이상, 6%는 100~2만 배 가까이 높게 검출됐습니다.
▮오염수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사실 삼중수소의 경우 이미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이기 때문에 삼중수소가 포함된 물이나 음식을 섭취하더라도 7~14일 내 대소변이나 땀으로 배출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해양 방출할 때 발생합니다. 오염수를 해양 방출하게 되면 오염수가 닿는 해역의 수산물이 오염되고, 오염된 수산물을 장시간 섭취하면 신체 내 방사성 물질이 축적될 수 있습니다. 방사성 물질이 지속적인 방류로 인해 해양 생물의 몸에 축적되고, 먹이 연쇄를 통해 사람이 먹을 경우 인체에서 내부 피폭이 일어나며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죠.
사람의 몸에 축적된 삼중수소는 인체 내 정상적인 수소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자리를 뺏은 삼중수소는 베타선을 방사하면서 헬륨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 현상을 ‘핵종전환’이라고 합니다. DNA에서 핵종전환이 발생하면 유전자 변형, 세포사멸, 생식기능 저하 등 신체 손상이 일어납니다. 2021년 유엔 환경전문가 5명이 낸 특별보고서에는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출은 해양 생태계 파괴 우려로 미래 세대 인권 침해 가능성이 높다”며 “탱크에 장기 보관할 것”이라고 권고했죠.
일본의 고도정보과학기술연구기구에 따르면 삼중수소의 경우 해산물에 의한 농축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해양 방출을 지지하는 보고서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20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위기의 현실’이라는 보고서에서 “일본 정부가 방사성 오염수 위험을 축소하기 위해 삼중수소만 강조하고 있다”며 “삼중수소 말고도 오염수에 들어있는 탄소-14, 스트론튬-90, 세슘, 플루토늄, 요오드와 같은 방사성 핵종이 더 위험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삼중수소나 세슘의 반감기, 즉 물질이 반으로 줄어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각각 30년과 12년 정도입니다. 국내외 시뮬레이션을 종합했을 때 세슘의 경우 제주는 1개월 이내, 동해엔 6개월 이내에 오게 된다고 하니 부산의 경우 3~4개월이면 도착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독일 헬름홀츠해양연구소 자료를 해수부 산하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분석한 결과로는 세슘 등 핵종 물질이 극미량인 ㎥당 10의 20제곱 베크렐 수준으로 넓게 퍼질 경우 1개월 안에 제주도와 서해에 도달이 예상되고 있죠. 일본 후쿠시마 대학의 연구 결과로는 제주도 앞바다에 220일, 동해엔 400일 이내에 도달이 예상됩니다. 쿠로시오 해류로 인해 해양 방류 5년만 지나면 한국도 일본과 같은 농도가 되죠. 방사성 물질이 퍼져나가는 예측 시기만 다를 뿐, 어떻게 되든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다는 뜻입니다.
부산을 비롯한 우리나라 전역, 특히 제주도와 남해가 방사능 오염 우려가 큽니다. 일본 수산물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어패류, 해초류 소비 기피 현상이 생겨 어업 종사자나 식당 등은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되죠. 경성대 김해창(환경공학과) 교수는 “부산지역에서 방사능 오염수에 의해 일어날 수 있는 예상 피해와 규모에 대한 실질적인 조사연구가 절실하다”며 “부산시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일본 수산물 방사능 실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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