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일본에 R&D 거점 구축?
실현 땐 제조·소부장 시너지 기대…일 ‘반도체 강국’ 부활엔 경계
삼성전자가 일본에 반도체 개발 거점을 구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제조 강국인 한국과 소재·부품·장비 강자인 일본의 시너지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4일 “삼성전자가 300억엔(약 3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일본 요코하마에 첨단 반도체 디바이스 시제품 라인을 만든다”고 보도했다. 이 시설은 삼성전자의 기존 연구·개발(R&D) 연구소가 있는 요코하마에 건설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일본에 산재한 R&D 조직을 묶어 ‘디바이스 솔루션 리서치 저팬(DSRJ)’을 출범했다. 시설은 연말에 정비를 시작해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냈다.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반도체 디바이스 조립·시제품 라인을 정비한다. 또 일본이 강점을 가진 소재 및 제조장치 업체와 공동 연구를 통해 첨단 반도체 생산 기술을 개발한다. 반도체 구성 재료의 개발·검증 부문에서도 일본 공급업체와 협력한다. 일본의 반도체 생산 시설과 공정 기술은 한국보다 떨어지지만, 소재 및 제조 장비 분야 경쟁력은 높은 편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라인 건설을 일본 정부로부터 허가받으면 100억엔(약 1000억원) 이상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계획이 현실화하면 일본은 세계 1·2위 반도체 기업의 생산 시설을 모두 확보하게 된다.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대만의 TSMC는 일본에 두 번째 생산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TSMC가 지난해 4월 착공한 첫 공장 건설 비용의 절반인 4760억엔 보조금을 지원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회사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 TSMC와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은 각각 758억달러와 655억달러로 1·2위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양국의 공동 연구를 통해 반도체 생산 기술 개발과 재료 개발·검증 등에서 시너지를 내 한·미·일·대만의 반도체 협력이 강화되는 연결 고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반도체 협력으로 삼성전자 공정기술이 일본으로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의 시각이다. 다만 사실상 ‘칩4 동맹’(미·대·일·한)을 통해 일본이 과거처럼 반도체 강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잖다.
특히 미·중 갈등 속에 반도체가 전략산업으로 주목받자 일본은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반도체 산업 부활에 힘을 쏟고 있다. 한때 반도체 산업을 놓고 통상 갈등을 빚었던 미국과도 손을 잡았다. 1988년 세계 시장의 50%를 웃돌던 일본의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최근 10% 아래로 주저앉았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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