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가게 사장님들이 ‘당근’하는 까닭
작년 지역 자영업자들 무료 ‘비즈프로필’ 등록 62만곳 누적 7억건 이용
유료 광고주도 증가세…중고거래 넘어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변신
“거기서 무슨 홍보를 해. 중고거래하는 곳인데.”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초. 경기 안양에서 필라테스센터를 연 신이소민씨(32)는 수강생이 늘지 않아 고민하고 있었다. 종이 전단을 열심히 돌렸지만 전단을 보고 찾아온 손님은 딱 1명뿐이었다. 그때 동생들이 그에게 제안한 게 ‘당근마켓’ 앱 광고였다.
속는 셈치고 당근마켓에 체험 레슨 쿠폰을 주는 광고를 냈다. 일종의 동네가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인 ‘비즈프로필’에 꾸준히 센터 소식을 올렸다. 2년이 지난 현재 비즈프로필에 등록된 단골 수는 1600명이 넘는다.
신이씨는 “쿠폰을 올린 지 하루도 안 돼 메시지가 와서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며 “혼자 시작했던 센터에 지금은 4명의 강사진이 활동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기업가치 3조원의 유니콘 기업(비상장이면서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 당근마켓이 ‘중고거래앱’이라는 단편적 이미지를 벗고 ‘지역생활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자리잡기 위해 사업 다각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비즈프로필 같은 ‘로컬 마케팅’ 서비스가 핵심 사업 중 하나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비즈프로필 누적 이용 횟수는 전년보다 3배 이상 증가한 7억건으로 집계됐다. 비즈프로필에 가입한 가게 수도 62만곳에 달했다.
비즈프로필 개설은 무료다. 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해 병행할 수 있는 유료 지역광고 상품인 ‘간편모드’ 광고주 수는 같은 기간 2배 뛰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원하는 지역 범위나 타깃을 설정할 수 있다보니 종이 전단보다 체감하는 광고 효과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당근마켓은 동네 기반 구인·구직 서비스인 당근알바, 부동산·중고차 직거래 등을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이웃들이 일상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네생활 코너 안에 ‘같이사요’ ‘같이해요’ 같은 서비스를 시작하며 커뮤니티 정체성 강화에도 나섰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2019년 9730억달러였던 세계 하이퍼로컬(지역밀착) 서비스 시장은 2027년 약 273% 늘어난 3조6343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수익성이다. 당근마켓은 누적 가입자 수가 3300만명에 달하지만 2015년 출범 후 매년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565억원이나 됐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앞으로도 중고거래 수수료는 받지 않고 광고 중심으로 수익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프랜차이즈 기업 대상 비즈프로필인 ‘브랜드 프로필’을 출시하며 수익모델을 추가했다. 지난달부터는 제주 지역에서 광고비 3000원을 내면 중고물품 판매 확률을 높여주는 서비스를 시험 중이다. ‘가깝고 따뜻한 당신의 근처’를 추구하는 기업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고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게 과제로 남았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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