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핑거’ 사고 한맥투자증권…411억 소송 결과 9년만 나왔다

백지연 매경닷컴 기자(gobaek@mk.co.kr) 2023. 5. 1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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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말 한맥투자증권 주문 실수. [사진 제공 = 연합뉴스]
2013년 말 파생상품 주문 실수로 거액의 손실을 본 한맥투자증권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가 한국거래소에 411억원의 거래대금을 물어줘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 소송이 진행된지 약 9년 만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한국거래소가 한맥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27일 상고 기각으로 확정했다.

양측이 9년간 벌인 소송전이 거래소 승소로 확정되면서 예금보험공사는 파산재단을 통해 411억5400여만원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한맥은 2013년 12월 주문 실수로 시장가격보다 상당히 낮거나 높은 가격에 매물을 쏟아내 462억원의 손실을 낸 바 있다. 이후 착오에 의한 것이라며 거래소에 결제를 보류해달라고 했지만 거래소는 다음날 결제 대금을 주문 상대방에게 대신 지급했다.

한맥은 이 실수로 이익을 본 증권사와 헤지펀드를 상대로 환수에 나섰다. 하지만 가장 많은 360억원의 이익을 본 미국계 헤지펀드 캐시아캐피탈로부터 이익금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결국 파산했다.

거래소는 2014년 3월 한맥의 파산 재산을 관리하는 예금보험공사에 411억원을 달라며 구상금 소송을 냈다. 거래소가 대신 지불한 결제 대금 중 한맥이 거래소에 예치한 공동기금을 공제한 액수다.

예금보험공사는 반대로 “거래소가 시장 감시와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며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재판의 쟁점은 한맥의 주문이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인지 여부였다.

한맥은 착오로 인한 잘못된 주문이라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법 109조는 착오의 원인이 의사 표시자의 ‘중대한 과실’인 경우 표시를 취소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1·2심 법원은 한맥이 주의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이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므로 예금보험공사가 구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예금보험공사의 맞소송은 인정되지 않았다.

대법원 역시 이 같은 원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고 거래소의 손을 들었다.

예금보험공사는 부당하게 얻은 이익을 반환하라며 캐시아캐피탈을 상대로도 소송을 냈다. 이 역시 같은 날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에서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이 소송에서 예금보험공사는 ‘캐시아캐피탈이 착오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판례상 의사 표시자의 착오를 상대방이 알고 이용했다면 중대한 과실이 있더라도 의사 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대법원은 계약 체결 방식과 시장 상황과 거래 관행, 구체적 거래 형태 등을 근거로 캐시아캐피탈이 한맥의 착오를 알면서도 이용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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