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결이의 마지막 하굣길, 하얀 손수건 배웅
“우리 아기 어떡해” 오열·눈물
학교 정문에 친구·이웃 모여
300여명 손수건 흔들며 작별
“스쿨존 범법행위 엄중 처벌”
조군 부친, 국회에 국민청원
수원시, 안전인력 증원 추진
“일어나 은결아. 우리 아기 어떡해.”
지난 10일 ‘수원 스쿨존 사고’로 숨진 조은결군(8)의 발인이 14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발인식은 조군의 유족과 친척, 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이날 오전 11시48분 조군의 위패를 든 아버지는 빈소 밖으로 향했다. 그 뒤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조군의 영정을 든 형과 다른 유족들이 뒤따랐다. 운구차 앞에 나란히 선 부자는 위패와 영정을 든 채 침통한 얼굴로 서 있었다.
조군의 관은 오전 11시55분 운구차에 실렸다. 관이 실리자 가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곳곳에서는 ‘은결아’ ‘우리 강아지 어떡해’ ‘은결아 어떡하면 좋아’ 등의 말과 함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조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관을 부여잡은 채 한동안 일어서지 못하다가 친척들의 부축을 받고 간신히 일어섰다. 가족들은 “피어나지 못한 꽃망울이 가족의 품을 떠난다”는 마지막 말과 함께 묵념으로 조군을 떠나보냈다.
운구차는 싸이카 2대와 순찰차 1대의 호송을 받으며 조군이 생전 다녔던 학교에 잠시 정차했다. 학교 정문 주변에선 조군의 친구, 같은 학교 재학생들을 비롯한 학부모, 주민 300여명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하얀 손수건을 손에 쥐고 조군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운구차가 학교를 떠나자 주민들은 손수건을 흔들며 “은결아 잘 가, 다음 생엔 행복해”라고 외쳤다.
앞서 지난 10일 낮 12시30분쯤 수원 권선구 호매실동 스쿨존에서 시내버스 운전자 A씨는 스쿨존에서 우회전을 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조군을 치었다. 조군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A씨는 지난 1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 보호구역 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사고 발생 이후 수원시는 경찰에 관내 우회전 전용신호등 추가 설치를 요청했다. 현재 50명(30개 학교)인 ‘어린이 보행안전지도사’ 인력을 100명(60개 학교)으로 확충하기로 했다. 수원시는 또 버스 운수종사자의 시야를 방해하는 교차로의 가로수 가지치기 작업을 하고, 불법주정차 차량 단속을 강화해 운전에 방해 시설물을 정비할 계획이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는 ‘스쿨존 내 음주운전, 신호위반 사고 엄중 처벌 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원서가 게시됐다. 조군의 아버지라고 밝힌 작성자는 스쿨존 내 안전장치와 교통법규 위반 차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안 5가지를 청원했다.
우선 교차로 회전구간과 횡단보도 거리를 확장하고, 스쿨존 내 펜스와 안전장치를 강화하자고 했다. 또 범법행위 시 벌점을 부여하고, 면허취득 결격 기간을 늘리거나 벌금을 강화하는 등 운전면허 관리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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