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복 화투’는 사투였다…이수련 간호사의 엔데믹 [뉴스를 만나다]

박주경 2023. 5. 14.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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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한 장의 사진, 기억하시는지요?...

코로나19로 지쳐있던 2021년 여름, 국민들에게 위안과 울림을 줬던 사진입니다.

음압 병실에 격리된 치매 할머니를 위해서, 그 두꺼운 '방호복' 차림으로 화투패를 들었던 백의의 천사....

코로나 방역은 이제 대전환점을 맞게 됐지만, 사진 속 주인공, 이수련 간호사는 아직, 그 병원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단계를 낮추기로 했습니다.

심각에서 경계로요.

3년 4개월 만이거든요.

물론 국민들이 그동안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신 부분도 크지만 저는 그 누구보다도 의료진들이 살신성인 희생한 결과가 아닐까 이렇게 생각을 하거든요.

이제 대전환점을 맞게 된 소회랄까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변]

이제 엔데믹이라고 하니까 뉴스에서 보고 나서 진짜 더 뭔가 감회가 새롭고 코로나 초기부터 했던 그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더라고요.

그래서 좀 많이 감회가 새롭고 말로 표현을 못할 만큼 기쁜 부분도 있고 했었던 것 같아요.

[앵커]

사실상의 엔데믹이다, 이런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고 확진자가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잖아요.

의료 현장에서 체감하시는 분위기는 어떤지, 변화가 좀 있는지요.

[답변]

여전히 확진자도 나오고 있고 격리 기간도 계속 지켜야 되고 그런 어려운 부분이 있기는 한데 그래도 이제 확실히 원내 감염자 수가 많이 줄었고 감염 지침도 많이 완화돼서 확실히 예전보다는 좀 나은 점이 있습니다.

[앵커]

화제가 됐던 이 사진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이게 코로나19로 격리돼 있던 치매를 앓으시는 할머니, 그리고 이수련 간호사님께서 방호복으로 꽁꽁 무장한 채로 화투의 짝을 맞추는, 아마 게임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 이 당시 상황 설명을 좀 해주시고, 어떤 아이디어로 이런 걸 하게 되셨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답변]

처음에는 할머니가 격리실 안에서 혼자 계시다 보니까 좀 너무 공허해하시고 이래서 뭘 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을까 생각하다가 재활 병동에서 계셨던 선생님이 미술 치료라는 게 있다고 먼저 아이디어를 주셨어요.

그래서 담당 과장님께서 미술 도안이랑 색연필을 받아다가 시작했던 게 처음이었고 그 뒤에 할머니 짐에 화투패가 있어서 저희 할머니도 화투패로 혼자 짝 맞추기를 열심히 하시는데 그 생각이 나서 같이 하게 되었어요.

[앵커]

화투놀이 말고도 고령의 고립된 환자분들을 보살피기 위한 색다른 아이디어 같은 거 또 운영하신 게 있나요?

[답변]

환자분들 짐에 성경 구절이나 이런 게 또 있으신 분들이 있어서 그런 것 좀 같이 보게 해드리고 휴대폰으로 가족분들이랑 영상통화 같은 것도 연결해드리고 그랬던 것 같아요.

[앵커]

저희 아버지께서도 코로나 기간에 요양병원에 계셔가지고 네 휴대폰으로 이렇게 영상 통화하고 이랬던 기억이 나거든요.

코로나 발생 초기에 너무 힘들어서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하셨다고요.

[답변]

그때는 처음에 코로나가 시작됐을 상황이어서 병원에 입원하시는 모든 환자분들을 코로나 잠재적 감염자로 보고 선제 격리를 했었어야 했는데 그런 시스템이 익숙해지고 적응하기까지, 자리 잡기까지가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것 때문에 그만두고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좀 코로나 때문에 처음 겪는 상황에 대한 당황스러움이라든지, 신체적이라든지 정신적으로 오는 그런 힘듦이 좀 그만두고 싶었던 마음으로 왔었던 것 같고 말은 그렇게 했는데 그래도 다 서로 의지하면서 많이 버텼었어요.

[앵커]

코로나19가 극심할 때 음압병동 안에서 벌어졌을 사투, 정말 의료진 분들과 환자분들의 사투는 그 안에서 경험을 못 해본 분들은 그걸 이해하기가 힘들 것 같아요.

굉장히 안타깝고 가슴 아프고 슬픈 그런 경험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요.

[답변]

아무래도 좀 병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죽음이라는 거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데 이제 코로나 같은 경우에는 너무 갑작스럽게 환자분들이 안 좋아지시니까 며칠 만에 갑자기 상태가 악화돼서 이별을 맞게 되는 경우도 봤었는데 그런 상황이 좀 안타까웠던 것 같아요.

[앵커]

특히 기억에 남는 환자 혹은 환자 가족 뭐 이런 생각나는 거 있으실까요?

[답변]

첫 환자분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앵커]

코로나19 첫 환자분?

[답변]

네. 물론 할머니도 기억에 많이 남긴 하는데 이제 처음에 오셨던 분도 걸어서 오셨었는데 데이케어 센터 다니던 할아버님이셨는데 오셔가지고 며칠 만에 또 갑작스럽게 안 좋아지시고 이래서 이제 그분이 사망을 하셨었어요.

그래서 그때 좀 충격이 컸었어서 지금도 좀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앵커]

같이 화투 짝 맞추셨던 할머니는 혹시 그 이후의 근황은 알고 계세요?

[답변]

무사히 퇴원하시고 나서 그 이후에는 소식은 못 들었어요.

[앵커]

그야말로 의료진이 거의 뼈를 갈아넣다시피 해서 코로나19 사태, 대유행을 잘 이겨낸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하는데 말씀하셨듯이 다음에 또 감염병이 안 온다는 보장은 없잖아요.

그때를 대비해서 우리 사회와 의료계가 확충해야 될 시스템,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답변]

일단 간호사 측면으로 봤을 때는 인력이 제일 큰 것 같고, 아무래도 중환자실 간호 인력이 가장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앵커]

지난 3년 4개월 동안은 그게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든 해오신 거죠?

[답변]

저희는 중환자실 경력이 없었던 사람들이나 외부 인력 같은, 경력이 없는 선생님들을 갑작스럽게 투입하게 돼서 현장에서는 조금 혼란이 컸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걸 경험하고 나니까 이게 평소에 좀 이런 거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구나, 이런 걸 많이 느꼈었어요.

[앵커]

미리 확충이 돼 있었다면 덜 허둥지둥하고 더 체계적으로 대비했을 텐데. 그런 말씀이시죠.

[답변]

네.

[앵커]

코로나 병동에서 한참 근무하실 때 가족분들이 사실 걱정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우리 딸 저기서 감염되는 건 아닌가, 체력적으로 부담은 없나 걱정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 그때 걱정하셨던 가족분들에게도 방역 완화를 맞아서 한말씀 해 주시죠.

[답변]

딸 무사히 돌아왔고 이제 벌써 엔데믹이라고 하는데 진짜 그때 어떻게 고생했나 싶을 정도로 지금은 잘 지내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언제나 열심히 잘하고 있어요.

[앵커]

이수련 간호사님 오늘(14일) 말씀 감사드리고요.

앞으로도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환자분들 많이 돌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답변]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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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경 기자 (pjk01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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