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이런 아픔 없도록 해달라” 연대·애도 넘친 양회동 지대장 빈소

김세훈 기자 2023. 5. 14.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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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종교계, 학생·정계 등
장례 일주일 각계 추모행렬
민주노총 조합원이 14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지부 지대장의 빈소를 지키고 있다. 성동훈 기자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하고 순했다. 무슨 말에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사람이었다.”

노동조합 활동 수사에 항의하며 분신해 숨진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의 빈소를 지키던 이양섭 건설노조 강원지역본부장은 그를 이렇게 기억했다. 처음 분신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렇게 순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믿지 않았다고 했다. 불에 그을린 분신 현장을 직접 보고 나서야 양 지대장이 굳은 의지를 품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이 본부장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서 그를 떠올리며 “식사 자리에서 음식이 나오면 먼저 권하고, 밑반찬이 떨어지면 수북이 담아오는 등 늘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던 사람이었다”며 “현장 소장들이 양 동지의 죽음 이후 경찰에 ‘내가 협박이나 강요 없었다고 했는데 왜 자꾸 사람을 몰아가느냐’고 항의했다고 한다. 그가 노조와 현장 사이에서 역할을 잘해줬다는 증거”라고 했다.

양 지대장 빈소에는 지난 일주일간 노동·종교단체 등 각계에서 찾아온 추모객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대학생들과 정치인의 발길도 계속됐다. 이 본부장은 “자정이 다 된 시간에 찾아와 ‘나는 해고노동자인데 한 번 와봐야 할 것 같아서 왔다’고 말하던 젊은 친구도 있었고, ‘제대로 환경을 만들어놓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는 어르신도 계셨다”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 9일 빈소를 방문해 건설노조와 간담회를 했다. 김정배 건설노조 강원지부장은 간담회에서 “어제 고인의 부인으로부터 ‘양 지대장이 쪽지를 남겼다’고 전화가 왔다. 쪽지 내용은 ‘2월에 모범조합원 포상이 있었는데 자리에 못 가서 (상을) 못 줬다. 내가 죽더라도 꼭 이 돈을 조합원들에게 전달해달라’는 것이었다”며 “그렇게 죽기 전까지도 다른 사람을 생각하던 착한 친구였는데 ‘공갈’이니 ‘협박’이니 하는 말이 얼마나 자식들 보기에 부끄러웠겠나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정치권의 발길도 이어졌다. 지난 11일에는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빈소를 조문했다. 건설노조는 양 지대장 사망에 대한 정부의 공식 사과, 윤희근 경찰청장 파면 등 5가지 요구사항을 박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 박 원내대표는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양 지대장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또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양 지대장의 형 양회선씨는 박 원내대표와 만나 “많은 분이 동생의 억울한 죽음에 함께해 주셔서 위로가 되고 있다”며 “동생의 마지막 유언처럼 다시는 이런 아픔이 없도록 해달라”고 했다. 이날 예수성심시녀회 등 종교단체들도 빈소를 방문해 양회선씨와 함께 추모 미사를 진행했다.

함세웅 신부 등 사회 원로 10여명도 지난 11일 저녁 빈소를 방문해 조문했다. 함 신부는 14일 통화에서 “양 지대장이 천주교 신자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추모를 위해 방문했다”며 “동료들을 위해 건설사 책임자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임금 인상도 요구하고, 근로조건도 이야기하는 게 당연한데 이를 공갈과 협박이라고 말하는 경찰·검찰의 수사 행태가 협박과 공갈”이라고 했다.

청년들의 추모 행진도 있었다. 서울대 아나키즘 소모임 ‘검은 학’과 서강대 아나키즘 소모임 ‘검은 알바트로스’ 회원들은 지난 12일 오후 혜화역에서 서울대병원까지 침묵 행진을 했다. 이들은 서울대와 서강대에 각각 추모대자보를 붙였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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