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성토장 된 ‘쇄신’ 총회…“민주당 다 죽게 생겼다”
쇄신 방안 조사 결과도 발표…국민 절반 “돈봉투 대처 잘못”
더불어민주당이 14일 국회에서 ‘끝장 토론’ 형식으로 개최한 쇄신 의원총회는 당 지도부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의원들은 “지도부는 그동안 뭐 했나” “김남국 의원 탈당으로 끝내려 하지 말라”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재명 대표가 도덕성·부정부패 문제에서 일관된 원칙을 세우고 직접 쇄신의 칼을 휘둘러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총 시작부터 김 의원의 탈당계 제출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다수 의원이 김 의원이 탈당하더라도 당 차원의 진상조사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용진 의원은 의총에서 “김 의원의 탈당에 대해 구성원이 다 분노하고 있으니 진상조사도 계속하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라”고 말했다.
이 대표 책임론도 불거졌다. 지도부가 도덕성·부정부패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미온적으로 대처해왔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선제적 대응을 못했으면 즉시 대응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늑장대응, 뒷북대응으로 비판받고 있다”며 “좌고우면하면 민주당이 다 죽게 생겼으니 이 대표가 쇄신의 칼을 들고 휘둘러 달라”고 말했다. 이원욱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런 시선과 태도로 민주당이 돌아선 국민의 마음, 특히 상처 입은 청년의 마음을 치유하고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도부가 의원들의 부정부패 혐의에 일관된 기준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의총 중간 브리핑에서 “조사-감찰-징계 절차가 일관적으로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원칙과 기준을 제대로 수립하고 시스템에 따라 대응하자는 주장을 여러 분이 했다”고 밝혔다.
당 차원의 자체 진상조사를 확대하자는 지적도 계속됐다. 당 전체 의원들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과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전수조사하자는 것이다. 당 최대 의견그룹 ‘더좋은미래’는 지난 10일 “당 차원의 선제적 전수조사 이후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조사를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이 의원은 SNS에 “자진 신고를 회피한 의원이 나중에 코인 투자가 밝혀진 경우에는 공천 배제 등 강력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지도부의 강한 결의도 보여줘야 실효성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이재명계 설훈·신동근 의원은 의총 공개를 요구했다. 신 의원은 “국민에게 쇄신하고 어떻게 대처하는지 공개하는 게 옳다”며 “이게 숨길 일인가”라고 말했다. 설 의원은 “국민의 대표가 하는 이야기는 국민이 알아야 한다”며 공개를 요구했다. 좌석에서는 “반대합니다” “찬성합니다”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박광온 원내대표가 “오늘은 비공개하고 사전 동의가 있으면 다음부터는 공개하자”고 중재했다.
원내 지도부는 비공개 의총에서 소속 의원·당원·국민을 상대로 한 당 쇄신 방안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돈봉투 의혹 관련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절반 이상이 ‘민주당 대처가 잘못됐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원내대변인은 “당원이나 의원들이 바라보는 것보다 국민들이 민주당을 더 가혹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의총 중간에 기자들이 ‘김 의원 탈당이 무책임한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향후 진상조사 계획은’ ‘가능한 징계조치에 대해 생각해 보셨나’라고 묻자 “의원님들의 말씀을 잘 듣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김윤나영·탁지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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