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탓하다 뒷북 수습…민주당 ‘도덕 불감증’ 곪아 터졌다

김윤나영 기자 2023. 5. 14.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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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정치 공세” 규정…당 지지율 폭락·반발 커지자 탈당
강성 지지자 ‘김남국 지키자’에 최고위원 일부도 두둔성 발언
돈봉투 사태와 판박이…온정주의에 내부 대응 시스템 무너져
“더 이상 당에 부담드리지 않을 것” 거액의 가상자산 투자 논란으로 14일 탈당을 선언한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액의 가상자산 투자 논란에 휩싸인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탈당 과정은 민주당의 총체적 도덕 불감증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의원은 자신의 코인 거래 의혹 보도를 ‘한동훈 검찰 작품’으로 규정하고 언론·검찰 탓을 했다. 일부 강성 당원들은 김 의원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처럼 지키자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는 사태에 침묵했다가 여론이 나빠지자 뒷북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김 의원은 14일 자신의 의혹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쇄신 의원총회를 앞두고 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자신이 위믹스 코인 60억원어치를 보유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지 9일 만이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앞으로 무소속 의원으로서 부당한 정치 공세에 끝까지 맞서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투자 의혹 제기를 ‘부당한 정치 공세’로 규정한 것이다.

앞서 김 의원은 자신의 가상자산 보유 관련 의혹을 ‘한동훈 검찰 작품’으로 규정하는 등 부적절 대응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지난 6일 SNS를 통해 “개인의 민감한 금융정보와 수사정보를 언론에 흘린 것은 윤석열 라인의 ‘한동훈 검찰’ 작품이자 윤석열 실정을 덮으려는 아주 얄팍한 술수”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난 9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검찰의 ‘정치 수사’를 비판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김 의원은 가상자산에 투자하면서 이해충돌 논란에도 휩싸였다.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1년 후로 미루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하고, 대선 직전인 지난해 2월 대체불가토큰(NFT) 기술을 활용한 ‘이재명 펀드’를 기획하고 출시했다. 김 의원은 언론에 관련 의혹이 보도될 때마다 조금씩 해명하면서 의혹을 키웠다.

당내에서는 전체 가상자산 보유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 의원은 당 자체 진상조사와 윤리감찰이 진행되는 중에 탈당해 앞으로 진상조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일부 강성 지지자들이 김 의원을 옹호하면서 팬덤정치 폐해까지 더해졌다. 민주당 온라인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조국 사태 때처럼 김남국을 지키자’ ‘김 의원에게 내부 총질하지 말라’ ‘코인 투자도 못하게 하면 북한이냐’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는 ‘김 의원의 탈당을 요구한 대학생위원회 직위 해제 요구’와 ‘김 의원 출당 반대’ 청원이 올라왔다.

당 지도부는 초동 대처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재명 대표는 김 의원 의혹에 침묵을 지켰다. 일부 지도부는 “김 의원이 김건희 여사 같은 주가조작 의혹을 받고 있나”(정청래 최고위원), “검찰이 유출했다면 엄청난 범죄가 될 것”(서영교 최고위원)이라며 김 의원을 두둔했다. 당 일각에는 “국회의원이 코인 해서 돈 좀 벌면 어떠냐”는 분위기도 있었다.

당 지도부는 김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 논란 닷새 만인 지난 10일 진상조사를 지시했지만 추가 조치에는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민주당 의원 가상자산 투자 내역 전수조사를 하자’는 당내 요구에 대해 “가상자산도 전부 재산신고 대상으로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면서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김 의원이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 도중 코인을 거래했다는 의혹까지 나오자 뒤늦게 윤리감찰을 긴급 지시했다.

당이 늑장 대응하는 동안 20·30 유권자들의 민주당 지지율은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결국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쇄신 의원총회에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 지도부는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서도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도부는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를 거부하다 당내 반발이 커지자 윤관석·이성만 의원을 떠밀듯 탈당시켰다.

이번에도 ‘당사자의 부인→지도부의 미온적 대처→여론 악화→탈당’ 수순이 되풀이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당 지도부의 도덕적 불감증, 온정주의가 심각하다”며 “부정부패, 비리 혐의, 도덕적 문제에 대한 대응 시스템이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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