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하락·투자 수요 회복에 가계대출 ‘들썩’…경제 부담 우려
3월에만 신규 가계대출 18조4028억원 이뤄지며 증가세 전환
GDP 대비 104.7% 달하는 가계빚, 금융안정·성장에 걸림돌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은행 대출금리가 하락하고, 금리 인상 종료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면서 가계대출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한국 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빚이 긴축기조를 유지하는 동안에도 유의미하게 줄어들지 못할 경우 경제 전반에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미 시장에서는 긴축효과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어서 통화정책의 파급 효과가 제대로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4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집계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지난 1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680∼5.796% 수준이다. 지난 1월6일과 비교해 금리 하단 기준으로 1.140%포인트나 떨어졌다. A은행의 내부 금리 추이를 보면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 연 3.680%는 2021년 9월 말 3.220% 이후 약 1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의 금리가 낮아진 것이 대출금리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국내외 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 금리 하락 속도는 더 빨라졌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은행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하면서 은행들이 자진해서 가산금리까지 낮춰 대출금리는 지표금리 하락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대출금리가 2021년 8월 긴축 초기 수준에 근접하자 가계대출도 다시 들썩이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월별 신규 가계대출 추이를 보면 지난 3월에만 모두 18조4028억원의 새로운 가계대출이 이뤄졌다. 지난해 3월(9조9172억원)과 비교하면 1년 전보다 86%나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4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2조3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2조3000억원 늘었다. 4개월 만에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실제 은행 지점들의 대출 창구에서도 달라진 고객들의 분위기가 체감될 정도라고 은행 관계자는 전했다.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대출금리 하락과 함께 주택·주식 투자 수요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진했던 주택 거래가 조금씩 회복되고 전세 세입자의 이사도 늘어나는 가운데 금리 인하까지 맞물린 결과”라며 “주식이나 기타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한 개인 신용대출 상담과 대출 신청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가계빚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뇌관이다. 그런데 기준금리를 3.0%포인트나 가파르게 올렸음에도 가계빚이 유의미하게 줄어들지 않는다면 앞으로 금융안정은 물론 경제 성장세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의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빚) 비율은 지난해 말 104.7%다. 2021년 3분기 106.0%보다는 줄었지만 2020년 2분기 98.1%와 비교하면 여전히 가계빚이 나라경제 규모를 웃도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지난달 말 보고서를 통해 가계신용이 늘어나면 3∼5년 시차를 두고 ‘경기 침체’(연간 GDP 성장률 마이너스)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는데, 특히 가계신용 비율이 80%를 넘는 경우에는 경기 침체 발생 확률이 더 높았다고 분석했다.
권도근 한은 통화신용연구팀 차장은 “우리나라와 같이 가계신용 비율이 이미 100%를 초과한 상황에서는 가계부채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 효과가 더 클 가능성이 있다”며 “가계신용 비율이 80%에 근접하도록 부채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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