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간호법 거부하시라” 기어이 꺼내든 당정
민주당 “당정, 공약 스스로 파기”
의료법 개정안은 거부권 대상서 빼
국민의힘과 정부가 14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공식 건의하기로 했다. 지난달 양곡관리법에 이은 윤석열 대통령의 두 번째 거부권 행사 수순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 당정협의회를 마친 뒤 국회 브리핑에서 “당정은 간호법이 국민 생명을 볼모로 하는 입법독주법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될 것이라는 점에 공감했다”며 “지난달 야당이 일방적으로 의결한 간호법안에 대해 대통령께 재의 요구를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의회에는 여당에서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이, 정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등이, 대통령실에서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당정은 보건의료인 간 신뢰와 협업 저해로 인해 국민 건강에 미칠 부정적 영향, 의료법 체계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간호만을 별도 법으로 제정할 경우 의료체계 근간 붕괴, 간호조무사 학력 차별 등을 거부권 행사가 필요한 이유로 들었다. 당정은 국내 현실에 맞는 돌봄 체계 구축, 지난달 발표한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 이행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 명확화, 처우 개선 등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이 퇴장한 가운데 법안을 통과시켰다. 16일 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거부권 행사건이 심의·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간호법 조항 네 곳을 수정한 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과 대한간호협회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정책위원회 명의 입장에서 “국민에게 약속했던 공약에 대해 스스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것은 윤석열 정권의 자기부정과 국민기만을 드러낸 후안무치한 행태”라며 “반복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국민의 뜻을 거부하는 폭거를 계속하겠다는 의도”라고 밝혔다.
다만 당정은 간호법과 함께 통과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지 않기로 했다.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 결격·면허취소 사유를 ‘범죄 구분 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선고유예 포함)’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대연·이두리·탁지영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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