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투자축소까지… 한전, ‘미래’까지 잡힌 위기 타개책

정재영 2023. 5. 1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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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경영난 타개를 위해 자구안을 내놓고 사장까지 사임하면서 최악의 위기에 내몰렸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을 앞둔 데다 자구안 실행에 앞장설 새 지도부 구성도 최소 2∼3개월 걸릴 수 있어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12일 25조7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발표했는데, 일부 전력 시설의 건설 시기를 미뤄 2026년까지 1조3000억원을 절감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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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조 자구안에도 우려 여전
역마진 구조 여전…적자 못 막아
15일 전기료 ㎾h당 7∼8원 인상
전력 수요 최대치 여름철 앞둬
2023년 ‘완전 자본잠식’ 전망 나와
전력 시설 건설 1.3조 삭감 밝혀
“생산 능력 감소 어불성설” 지적
사장도 사임… 경영 공백 불가피
새 지도부 구성 3~4개월 걸릴 듯
한국전력이 경영난 타개를 위해 자구안을 내놓고 사장까지 사임하면서 최악의 위기에 내몰렸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을 앞둔 데다 자구안 실행에 앞장설 새 지도부 구성도 최소 2∼3개월 걸릴 수 있어서다. 아울러 일부 자구안의 경우에는 전기 생산 능력에 영향을 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내부 지적도 나오는 실정이다.
사상 최악의 적자난에 허덕이는 한국전력공사가 오는 2026년까지 25조원 이상의 재무개선을 추진한다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국전력 영업지점. 뉴스1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12일 25조7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발표했는데, 일부 전력 시설의 건설 시기를 미뤄 2026년까지 1조3000억원을 절감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한전은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도 전기요금을 제때 인상하지 못한 데 따른 ‘역마진’ 구조로 2021년 5조8465억원, 2022년 32조6034억원, 올해 1분까지 6조1776억원 등 8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는 193조원에 이르는데, 올해 ‘부분 자본잠식’이나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당정은 15일 발표할 전기요금 인상폭으로 1분기 인상분인 ㎾h(킬로와트시)당 13.1원보다 적은 7∼8원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데, 이 정도로는 적자 행진을 멈추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요금 인상의 시급성을 고려해 최대한 빨리 협의를 마치겠다는 입장이다. ㎾h당 7원 인상 시 월평균 307㎾h의 전력을 사용하는 4인 가구는 전기요금으로 현재 5만7300원에서 5만9740원으로 2440원을 더 내야 한다.
한전은 자구책에 ‘투자 축소 및 연기’ 방안도 포함했는데, 산업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기차 시장 급성장과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등 송전망 확충이 절실한 시기에 오히려 설비 투자 계획을 축소하겠다고 밝혀서다. 최근 확정된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에 따르면 2036년까지 전국의 송전선로는 현재의 1.6배로 늘어야 한다. 한전은 이에 따른 투자 비용을 56조5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업계 관계자는 “위기를 넘기기 위해 한전의 전기 생산 능력에 영향을 주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서울 여의도 남서울본부 매각도 자구안에 포함됐는데 조 단위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는 건물 매각까지 시간이 걸리고 매각 이후 재임대해야 하는 것도 현실적인 방안이 아니라는 반론이 나온다.
지난 12일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 비전홀에서 정승일 사장이 '비상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 다짐대회'에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균 전력 수요보다 30∼40% 상승하는 7∼8월을 앞두고 수장 공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승일 사장은 자구안을 발표하고 임원들과 화상회의에서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2021년 5월 임명된 정 사장의 사임이 받아들여지면 그제야 후임 인선 절차가 시작된다. 한전 이사회에서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을 의결한 뒤 사장 모집을 공고하고, 서류심사 등을 거쳐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대상을 추천한다. 공운위는 추천자 중 3배수를 주주총회에 사장 임명 안건으로 부친다. 통상 차기 사장이 내정된 경우에도 인사 검증을 포함해 최소 두 달가량이 걸리고, 후보가 난립하거나 없는 경우에는 3∼4개월이 걸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장 공백기에는 이정복 경영관리부사장이나 이준호 안전&사업부사장이 업무를 대신하게 될 전망이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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