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만난 젤렌스키 “중재 대신 우크라 편에 서 달라”
“러시아의 범죄 규탄 요청”
‘외교 중립’ 교황청에 반대 뜻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하고 우크라이나 편에 서줄 것을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외교적 중립’을 오랜 전통으로 삼고 있는 교황청을 향해 피해자와 침략자 사이의 ‘중재’는 필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접견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교황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약 40분간 진행된 회담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저지르는 범죄를 규탄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피해자와 침략자는 절대 같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우리의 평화 공식이 정의로운 평화를 달성하는 데 효과적인 유일한 알고리즘이라는 점도 이야기했다”면서 “(교황청이) 평화 공식 실행에 동참해줄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러시아군의 철수와 우크라이나의 영토 회복 등을 전제로 한 10개 평화 공식을 제시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교황과 만난 뒤 이탈리아 방송에 출연해 “우크라이나와 우리 영토를 점령한 침략자 사이엔 중재자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맡겠다는 교황청에 중재가 필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쟁 종식을 위한 ‘비밀 평화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관련 대화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교황청 관계자는 이번 만남과 ‘평화 임무’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교황청은 성명을 통해 이날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인도주의적, 정치적 상황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교황은 가장 연약하고 무고한 전쟁 희생자들을 위한 인류의 몸짓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러시아로 납치된 우크라이나 아동들에 대한 송환에 교황청이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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