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아이디 사용한 사기꾼···목소리·억양 등 비교해 범행입증

이건율 기자 2023. 5. 1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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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1월 40대 남성 A 씨는 온라인게임 중개사이트의 문자메세지를 받았다.

본인 게임 계정을 사겠다는 B 씨가 마일리지 형태의 대금을 지급했다는 내용이었다.

A씨 신고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결국 B씨 등 일당은 사기,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 등은 미리 약속된 대금을 입금했다는 문자메세지를 허위로 보낸 뒤 이들로부터 계정 정보를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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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는 과학이다] <9> 음성분석
게임계정·아이템 구매하겠다 접근
24명에 7억2000만원이나 편취
피해·피의자간 녹음파일이 실마리
재판 중요 증거로 활용 모두 실형
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입금완료. 금액 19,000,000원. 구매자 OOO”

지난 2022년 1월 40대 남성 A 씨는 온라인게임 중개사이트의 문자메세지를 받았다. 본인 게임 계정을 사겠다는 B 씨가 마일리지 형태의 대금을 지급했다는 내용이었다. A 씨는 약속대로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B 씨에게 넘겼다. 수천만원대에 이르는 큰돈이긴 했지만 A씨는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앞서 B 씨와 전화통화를 하는 등 휴대전화 번호도 확인했고, 목소리도 들어서다. 하지만 믿음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너졌다. 문자 메시지대로라면 마일리지가 입금됐어야 했으나, 현실은 정 반대였이다. 심지어 본인이 넘겨준 게임 계정과 연동돼 있는 타 사이트 아이디·비밀번호까지 바뀌어 있었다. 사기 거래를 눈치챘으나 이미 한발 늦은 때였다. A씨 신고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결국 B씨 등 일당은 사기,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12월 8일 광주시 광산구·서구 등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게임 중개사이트에 접속해 수 백만 원에서 수 천만 원에 달하는 게임 계정이나 아이템을 구매하겠다면서 이용자들에게 접근했다. 발신번호를 변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거짓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B씨 등은 미리 약속된 대금을 입금했다는 문자메세지를 허위로 보낸 뒤 이들로부터 계정 정보를 받아냈다. 이같은 방식으로 얻은 계정은 게임사이트 마일리지로 1차 변환했다. 또 게임사이트 마일리지는 중국 환전상 등을 통해 다시 현금화시켰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들은 총 24명의 피해자로부터 7억 2000만 원의 상당의 금전을 편취했다.

수사로 사실 관계는 명확해졌으나 검찰은 곧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이들이 대포통장·대포아이디를 사용해 범행을 저질러 대상을 특정하기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해당 사건을 기소한 오재완 검사는 “아이템 중개사이트나 현금을 인출한 통장이 대부분 본인명의가 아니었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면서도 “다만 대부분의 거래가 워낙 고가의 아이디를 판매하는 것이다보니 피해자들이 대부분 피의자와 통화를 했다는 점이 해결의 실마리가 됐다”고 밝혔다.

실제 오 검사는 피해자가 나눈 녹음 속 목소리가 피의자라는 사실을 입증하려 했다. 당시 피의자들과 피해자가 나눴던 대화를 스크립트로 만들어 재연했으며, 피의자의 평소 목소리를 확보하기 위해 구치소에 면회 온 이들과 나누는 목소리도 녹음했다. 대검찰청 음성분석실은 오 검사가 보내온 목소리 파일을 토대로 목소리의 일치여부를 분석했다. 자음과 모음의 발화되는 방식·억양 등을 훈련받은 음성학자들이 분석하는 청취분석을 시작으로 목소리의 높이·억양·속도 등을 객관적 수치로 분석하는 음향분석을 실시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목소리의 패턴을 비교하는 성문분석까지 마친 끝에 검찰은 피해자와 통화한 인물이 피의자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김경화 대검찰청 음성분석실장(언어학 박사)는 “(피의자가) 접견과정에서 친분이 있는 상대방과 나눴던 대화들을 비교하는 등 다양한 분석을 통해 종합적인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성분석 결과는 재판과정에 중요 증거로 활용됐고 법원은 이들에게 징역 3년 6개월, 1년 등 실형을 선고했다.

오 검사는 “음성이 일치한다는 회신에 따라 추가 증거로 제출해 활동했다”며 “다만 범죄수익 환수 과정에서 일부 오해가 있는 것 같아 항소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건율 기자 y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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