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도 잔디도 못막은 '월드클래스' 임성재
보기 2개 범한 뒤 6타 줄여
3년7개월 만에 한국서 2승
12번홀 291야드서 3번우드
홀 3m에 붙인 뒤 이글 성공
18번홀 50m 벙커샷 버디로
5타차 대역전극 마무리
역시 '월드 클래스'는 달랐다. 연속 대회 출전과 시차 적응에 따른 피곤함, 이제는 낯선 한국 잔디 골프장 등 수많은 어려움도 임성재의 우승 행진을 막지 못했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18위 임성재가 3년7개월 만에 찾은 한국 무대에서 짜릿한 역전 우승으로 수많은 갤러리의 환호에 화답했다.
14일 경기 여주 페럼클럽(파72·7232야드)에서 막을 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 최종일 4라운드. 단독 선두 최진호에게 5타 뒤진 공동 6위로 출발한 임성재는 이날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2개를 적어내며 4언더파 68타를 기록했다. 합계 10언더파 278타. 임성재는 이준석을 1타 차이로 제치고 역전 우승을 성공시켰다.
2021년 10월 제네시스 챔피언십에 이어 KPGA 코리안투어 통산 2승째. 우승 상금 3억원에 세계랭킹 포인트도 5.5점을 쌓았다. 묘하게도 자신의 한국 무대 첫 승이었던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7타 차 대역전승을 거둔 임성재는 두 번째 우승도 5타 차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특히 이번 승리는 자신의 서브 스폰서인 우리금융그룹이 주최한 대회여서 기쁨이 배가됐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웰스파고 챔피언십을 공동 8위로 마친 뒤 곧바로 입국한 임성재는 컨디션 난조로 제 기량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우승 트로피가 걸린 최종일 임성재는 집중력을 발휘해 승부를 뒤집으며 '월드 클래스'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버디 없이 6번홀과 8번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순위는 더 하락한 상태. 다행히 9번홀 버디로 순위가 더 떨어지는 것은 막았다. 그리고 후반 홀. 임성재의 뒤집기 쇼가 펼쳐졌다.
11번홀(파4)에서 2m 버디 퍼팅을 잡은 뒤 맞은 12번홀(파5)이 이날 분위기를 바꾸는 포인트였다. 292야드 드라이버샷을 날린 뒤 홀까지 남은 거리는 291야드. 임성재는 3번 우드를 칠지, 하이브리드를 칠지 고민하며 많은 시간을 들였다. 선택은 3번 우드. 평소라면 그린까지 미치지 못할 거리지만 러프에서 친 볼은 그린 앞에 떨어져 홀 3m 앞에 정확하게 멈춰 섰다. 코스를 가득 채운 갤러리 사이에서 엄청난 환호가 터져 나왔고 임성재는 가볍게 이글 퍼팅을 성공시키며 화답했다. 기세를 이어 13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잡은 그는 이후 주춤했지만 마지막 18번홀에서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내리막 러프에서 친 두 번째 샷이 짧아 홀에서 50m 떨어진 벙커에 빠졌지만 피칭웨지로 공을 1.5m에 붙이는 PGA급 샷을 선보인 뒤 버디를 잡아냈다. 그리고 공동 선두였던 이준석은 1m 버디 퍼팅을 남겨 연장전이 예상됐지만 공은 홀 가장자리를 타고 흘러 나가며 2위로 밀려났다.
임성재는 "전반에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 1타를 잃었다. 하지만 후반 홀에 가기 전 리더보드를 봤는데 선두와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을 보고 역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집중해서 경기에 임했고 12번홀 이글이 좋은 흐름을 타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임성재가 대회를 앞두고 살짝 바꾼 퍼팅 방법도 도움이 됐다. 더욱 견고한 퍼트를 위해 퍼터 헤드를 살짝 앞쪽에 놓는 방법을 선택했고 퍼팅 스트로크를 '일자'로 하고자 많은 연습을 했다. 숨 막히는 마지막 18번홀 버디 퍼팅은 이렇게 완성됐다.
한국 팬과의 짧은 만남을 끝낸 임성재는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이번주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는 "컨디션을 잘 조절해야 할 것 같다"며 "지금 몸이 많이 피곤한데 한국 팬 앞에서 좋은 기운을 받았기 때문에 열심히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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