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인 의혹' 김남국, 떳떳한 듯 구차한 탈당의 변

국회의원실 출근하는 김남국 의원.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14일 '60억 코인' 의혹으로 전격 탈당을 선언했다. 거액의 가상자산 보유 논란이 언론에 보도된 지 9일 만이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에 그 어떤 피해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무소속 의원으로서 부당한 정치 공세에 끝까지 맞서 진실을 밝혀 내겠다"고 밝혔다. 익히 예견된 일이긴 했지만 왠지 짜인 각본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김 의원의 말을 듣자면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데도 부당한 정치공세를 받고 있어 당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탈당한다는 식이다. 국민들 앞에 사과하거나 자숙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 의원은 코인 의혹이 일자 윤석열 라인의 '한동훈 검찰' 작품이라고 주장했고, "이준석이 하면 자랑이고 김남국이 하면 문제가 되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자신의 허물은 감춰놓고 정치적 희생양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자신 있다면 한동훈을 찾을 필요도 없고, 문제를 제기한 언론에 서운해할 것도 없다.

김 의원은 그 누구보다 깨끗하고 참신한 이미지의 청년 정치인으로 통했다. 구멍 난 운동화를 신고 다니고 아이스크림도 안 먹고 아끼고 살았다고 하는 사람이 수십억 코인을 숨기고 있었다니 놀랍다. 국회의원이 의정활동 시간인 국회 상임위나 법무장관 인사청문회 도중에 코인 거래를 했다는 의혹도 충격적이다. 청년들의 대변자인양 했지만 오히려 청년들을 기만하고 박탈감을 심어줬다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코인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위믹스 80만 개 취득 경위, 위믹스 이외 실제 코인 거래량, 현금 인출 규모, 미공개 내부 정보 취득 여부 등 밝혀야 할 부분들이 많이 남아 있다. 대선 직전인 지난해 2월 대체불가토큰(NFT) 기술을 활용한 '이재명 펀드'를 기획·출시한 장본인도 김 의원이다. 가상화폐 과세유예 법안과 함께 이재명 펀드도 이해충돌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김 의원이 탈당 카드를 던졌다. 그가 무소속 신분이 된 만큼 당 차원의 진상 조사나 윤리 감찰은 중단될 수밖에 없게 된다. 조기 탈당이 면죄부를 주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의 '탈당의 변'이 떳떳하고 당당한 것 같지만 구차하게 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