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홍 사진전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

김지선 기자 2023. 5. 1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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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들을 사진과 글로 기록하는 안세홍 작가의 사진전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가 오는 31일까지 대전 중구 은행동 작은창큰풍경 갤러리에서 열린다.

27년째 한국과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전역을 돌며 140여 명의 생존자를 만나온 안 작가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우리가 풀어야 할 미래의 메시지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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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31일까지 작은창큰풍경 갤러리서 열려
아시아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들의 사연을 사진과 글로 기록하는 안세홍 작가가 13일 오후 대전 중구 은행동 작은창큰풍경 갤러리 4층에서 열리고 있는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 전시를 기념하며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김지선 기자

"그녀들의 한 맺힌 가슴과 서친 숨소리는 80여 년 전의 과거가 아닌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는 현재 진행형이었다.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종교적 차별, 가해국과 피해국의 외면 등에 그녀들의 고통은 겹겹이 쌓여만 가고 있다. 그녀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보내는 시간 속에서도 사진가로서 그녀들을 피사체로만 바라봐야만 하는 경계에 서서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 (안세홍, 작가노트 중)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들을 사진과 글로 기록하는 안세홍 작가의 사진전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가 오는 31일까지 대전 중구 은행동 작은창큰풍경 갤러리에서 열린다.

27년째 한국과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전역을 돌며 140여 명의 생존자를 만나온 안 작가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우리가 풀어야 할 미래의 메시지라고 말한다.

'위안부'라는 표현은 가해국인 일본 입장에서 만들어진 미화된 용어다. 안 작가는 피해자들을 위안부가 아닌 '성노예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던 피해자의 시선에서 이 전시를 준비했다.

안 작가는 사진이라는 공공예술로 피해자와 일반 시민 간 소통의 창을 구축한다. 그는 피해자들의 터전과 가족, 이야기에 대한 기록으로 반인권적 전쟁 범죄가 남기는 상흔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이 기록들은 단순 채집과 증언을 넘어, 다시는 이와 같은 고통과 야만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미래에 남기는 메시지다.

대전 중구 은행동 작은창큰풍경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안세홍 작가의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 전시에 소개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웨이 샤오 란'과 그의 아들. 김지선 기자

이번 전시에 소개된 성노예 피해자 '웨이 샤오 란'은 한 살 된 딸을 등에 업은 채 일본군에 끌려갔다. 그녀는 함께 끌려가던 2명의 여성이 저항 끝에 일본군 총에 맞아 죽는 모습을 보며 숨죽인 채 동원될 수밖에 없었다. 3개월의 감금 생활 끝에 도망쳤지만 딸은 배앓이로 세상을 떠났고, 새로운 생명이 그녀의 배 속에 자라고 있었다. 그녀의 시어머니는 일본군의 아이는 부정하다며 태어나는 즉시 죽이겠다고 했지만, 아들로 태어나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지금도 웨이 샤오 란과 그의 아들은 온갖 노동을 도맡으면서도 친척들의 천시를 받지만 서로 의지하며 하루를 살아낸다.

안 작가는 '겹겹 프로젝트'를 통해 아시아에 남아 있는 수천 명의 피해자를 취재하고 기록하며 진실을 알리기 위한 활동을 쌓아나간다. 이 전시는 성노예 피해가 한일 간만의 문제가 아닌, 전쟁이 일어나는 어느 곳에서든 일어나고 있는 인권문제라는 인식의 전환을 위한 사진전이다.

겹겹 프로젝트는 국내뿐 아닌 일본과 미국,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강연회를 통해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알리고, 토론하며 전쟁 성노예 문제의 해결 방안도 찾아간다. 또 생활이 어려운 피해자들을 위해 약값 지원과 거주지 개선 등 심리적, 경제적 지원도 이어 나간다.

안 작가는 "피해자들은 돕는다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대전의 많은 시민이 전시를 찾아주고, 전쟁 성노예 문제에 공감해 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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