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응접실] "복력이 가장 큰 힘… 남을 위해 福 짓기를"
달하 우송 대종사 "자기 일에 정성 다하면 행복"
내 자신이 우주의 중심·부처… 부처처럼 존귀
푸른 신록과 아름드리 소나무에 둘러싸인 수덕사는 고요하고 그윽했다. 1400여년 동안 덕숭산 자락을 지켜온 수덕사…. 사찰의 이곳저곳에 철쭉과 조팝꽃 이팝꽃이 빛나고, 가끔 산비둘기와 꿩 울음 소리도 들렸다.
지혜의 칼을 찾는 집이라는 뜻의 '심검당(尋劍堂)'이라고 쓰여진 조촐한 방에서 덕숭총림 방장 달하 대종사를 만났다. 방장스님은 난만한 웃음으로 객을 맞았다.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는 말에 달하 대종사는 "아침은 먹고 왔느냐?"며 차를 권했다.
- 27일이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사부대중에게 한 말씀 해주시지요.
"우선 내가 살아야 합니다. 내가 눈을 떠야 해요. 내가 살고 하나가 살면 전체가 다 삽니다. 관세음보살 한 마디 부르면은 하늘이 살고 땅이 삽니다. 하늘이 내 편이 되고 땅이 내 편이 되고 물이 흐르고 바람이 부드러워집니다. 불자들에게 드리는 말씀입니다. '불평 하나라도 있으면 자신부터 살피길.'"
- 문화와 문명이 발전하고 풍요로워졌지만 세상살이가 팍팍하다고 합니다.
"사람이 떠 있으면 공허하고 허전해지고 맛이 안 납니다. 딱 밀착해서 집중해야 합니다. 내가 하는 일에 집중하고, 정성을 다하고, 그 마음 일색으로 열심히 일하면 행복해집니다. 설렁설렁은 안됩니다. 몸과 마음을 다 바치면 안정도 되고 힘도 생기고 행복해집니다."
- 사회 전반에 갈등과 반목, 대립이 심합니다. 가르침의 말씀 좀 해주시지요.
"자기가 떳떳해야 하잖아요? 정성을 다해서 땀 흘려 일하면 떳떳해집니다. 남이 고맙게 다가섭니다. 내가 할 일을 열심히 제대로 하면 옆에서 칭찬해주고 손도 잡아주고 박수도 쳐주고 싶을 것입니다.
남을 원망하고 갈등하는 것은 자기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들의 텅 빈 허전하고, 공허하고 잘못된 생각 때문입니다.
사람은 100번 되는 겁니다. 누구나 이런저런 과정을 다 거쳤잖아요. 자기 일을 잘 하면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이해력도 생깁니다. 옹색하고 옹졸하고 즉흥적으로 자기 마음에 안 맞다고 불평하면…. 그거는 좀 더 닦아야 돼요. 세상을 좀 더 살아야 됩니다. 공부를 좀 더 해야 돼요."
-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만 생각합니다. 이기주의가 심합니다.
"지금 계절의 여왕이잖아요. 잎이 피고 새가 울고 춥지도 않고 덮지도 않고 너무 좋을 때잖아요. 너무 좋아서 감사의 마음이 우러나고 찬탄의 노래가 저절로 나와야 되지요.
불평할 게 한 방울이라도 남았으면 자신을 살펴봐야 합니다. 얼마나 못났으면 이 좋은 계절, 박수치고 노래하고 춤춰야 하는데 남을 원망합니까? '대한민국은 천하 대명당, 자부심 가져라.'"
- 불자들이 시대와 사회의 길잡이가 되고 중심이 돼야 한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불자들도 실력이 없으면 남을 행복하게 할 수 없습니다. 저절로 뚝 떨어지는 미륵이 어디 있으며 자연적으로 된 석가가 어디 있습니까? 모진 수행과 기도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터득돼서 확철대오(廓撤大悟 완전한 깨달음)가 되고 그러잖아요. 대자대비와 사랑이 가슴 속에서 터득돼야 합니다. 우러나와야 합니다. 대자대비 사랑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활짝 웃어주고…."
- 현재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보시고, 어떤 게 시급하다고 보시는지요?
"세계 지도를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명당입니다. 천하의 대명당에 산다는 그 자부심을 가져야 됩니다. 자기를 과소평가하지 말고 명당에 사는 이 땅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옆 사람도 좀 도와주고 칭찬해줘야 합니다.
탄허스님께서 우리나라 아이들은 모두 천자상이라고 했어요. 전부 리더의 관상을 갖고 있고…. 남을 원망하거나 나쁜 생각을 가져선 안 되고, 갈등이나 그런 단어를 쓰면 안 됩니다. 나부터 마음을 열고 세 번 노크하라고 그러잖아요. 세 번해서 안 되면 10번이라도 노크해야 합니다.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살아가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한 마디 말이라도 시원하게 숨을 쉬도록 하는 말이 있잖아요? 궁상떨고 악담하고 불평하고 그러면 옆사람의 호흡이 곤란해집니다.
최고의 힘은 복력(福力 복의 힘)입니다. "복을 짓자. 옆 사람이 숨쉬기 좋게 해주면 복이 된다. 옆에 사람을 도와주면 복이 된다."는 생각을 해야 됩니다. '내 옆 사람은 이유불문하고 모두 부처.'"
- 법회에서 "여하약하(如何若何)와 적적요요무일사(寂寂寥寥無一事) 단간심불자귀의(但看心佛自歸依)를 말씀하셨습니다.
"'여하약하'는 "묻지 말라"는 뜻입니다. 누가 나한테 싫은 소리를 했건 괄세를 했던 이유불문하고 내 옆에 있으니까 부처님이잖아요? 그러니까 그 사람에게 도움이 돼야지요. 나를 힘들게 했다고 나도 그렇게 하면 내가 왜소해지는 겁니다.
그리고 고요한 상태로 들어가야 합니다. 자기 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고요한 상태가 오고 그 일이 제대로 보입니다. 보이면 집중했다는 뜻이잖아요. 그러면 일이 됩니다."
- 세상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말씀 좀 한마디 부탁합니다.
"사람 몸을 받은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입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으니 내가 부처님이고, 부처님처럼 존귀하다는 사실을 수시로 자각해야 해요.
반가워할 자식이 있고 반가워할 옆사람이 있으니 내가 이 우주의 한복판 중심입니다. 좋은 일 많이 하고 복을 지어야 합니다. 복력보다 더 큰 힘은 없어요. 부정적인 생각은 몇 발자국 안 가서 나를 죽입니다.
내가 우주의 중심이고 세상은 내 책임입니다. 뜨거운 가슴으로 세상을 안아줘야 하고요. 남을 원망하지 말고 복을 짓자. 내가 참으면 복 짓는 것이다. 듣기 싫은 소리를 참으면 숨쉬기 좋게 해주는 거잖아요? 내가 싸우면 옆사람이 숨 쉬기 곤란하고, 내가 활짝 웃어주면 숨쉬기 시원해집니다. 숨 쉬기 좋은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모든 생명들은 숨을 쉰다. 그게 제1칙, 내가 우주의 중심이다. 이게 초파일 만천하에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덕숭총림 방장 달하 대종사는>
1942년 경북 군위에서 태어나 59년에 수덕사로 출가, 원담스님을 은사로, 인규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았고, 63년 범어사에서 혜수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출가 이후 참선에 정진했으며 동화사 통도사 상원사 정혜사 등에서 하안거와 동안거를 한 것이 56안거를 넘는다. 중앙종회의원, 수덕사 주지, 능인선원 선원장, 원로의원을 지냈고, 2019년 덕숭총림 5대방장에 추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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