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현 교수의 글로벌 미디어 이해하기]〈81〉챗GPT와 미디어산업
지난해 말부터 불어온 챗GPT 열풍은 태풍이나 지진처럼 그 충격이 큰데다 한낱 단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빅뱅처럼 지속적으로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충격파의 여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새로운 충격파가 몰려오고 몰려오는 양상이다. 모든 산업계 뿐 아니라 삶의 전 영역에 미치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인공지능(AI)의 대부라 불리는 제프리 힌튼 조차도 AI가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인간의 능력을 앞설 것이기 때문에 핵무기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고 할 정도다. 비록 지금도 AI가 미치는 영향력과 충격이 크게 느껴지지만 제프리 힌튼의 말에서 AI가 가져올 충격파는 우리의 상상을 넘는 것 같다. 유명한 투자자 워렌 버핏도 AI는 원자폭탄 같다는 말로 쉽게 표현한 것과 일맥상통한 것이다.
쳇GPT를 포함한 생성 AI가 가져올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았을 때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다 존재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챗GPT로 시작된 AI혁명이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부작용으로 인한 규제 등에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그 충격파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산업계에서는 챗GPT를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에 대한 연구를 넘어 실행에 옮기는 단계에 있다. 미디어 산업 여러 분야에서도 그런 시도들이 행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5월 초부터 파업 중인 미국 작가협회 작가들은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에게 몇 가지 우려사항 제시했는데, 그 중 하나가 AI사용에 대한 것이다.
지상파 그룹인 Gray TV 에서는 생성 AI를 이용해 지역광고 제작을 시도하고 있다. 해설을 포함한 고화질의 TV광고를 고객 요구에 맞추어 5분 이내로 제작할 수 있게 됐다. 광고제작의 어려움이 겪는 지역의 중소 사업자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해 지역 지상파에 광고를 쉽게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방송사는 광고 수입을 증대 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글로벌 스튜디오 중 하나인 파라마운트사는 컨텐츠의 지역화를 위하여 AI를 이용하고 있는데 굉장히 효과적이고 경제적이라고 한다. 특정지역을 위한 특정 컨텐츠를 제작하거나 번역하는데 AI를 사용하는 것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스트리밍산업에서도 AI는 계속 주목을 받고 있다. OTT 셋탑박스사인 로쿠는 자사의 FAST서비스인 로쿠 채널에서 컨텐츠와 관련된 광고를 삽입하는데 AI를 이용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로쿠 채널의 모든 영화나 쇼에서 나오는 장면의 맥락을 파악하는데 AI를 이용하고, 그 장면과 관련된 광고를 자동적으로 삽입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AI가 로쿠의 라이브러리에서 광고 메시지와 일치하는 중요한 순간을 찾은 다음 실시간으로 광고를 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ET가 집에 전화하는 장면 후 광고시간에 이동통신회사의 새 휴대폰을 광고하거나, 패션쇼 후에 의류광고를 보내는 것이다.
필자가 기사를 읽다가 생각이 나서 “챗GPT를 미디어산업에서 어느 분야에 사용할 수 있느냐?” 챗GPT에게 물어보았다. 콘텐츠 생성, 챗봇, 광고, 자연어 이해와 번역 등 5가지 정도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챗GPT를 이용해 더 효과적인 광고 메시지를 작성할 뿐 아니라, 타겟 광고를 자동으로 할 수 있다고 까지 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챗GPT 스스로가 미디어 산업에서의 자기의 역할을 얘기한 것과 미디어에서 AI가 적용되고 있는 실제 사이에는 별로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챗GPT를 포함한 생성 AI는 남의 얘기가 아닌 것이다. 작가들의 AI 사용에 대한 우려에서 보듯이 AI는 미디어 산업의 가치사슬(CPND)의 모든 과정에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챗GPT가 일으킨 혁명적 변화가 미디어업계에 던지는 충격을 제대로 인식하고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그 변화속에서 우리 미디어업계도 CPND 가치사슬의 각 과정에서 AI를 어떻게 접목시켜서 경쟁력을 확보할 뿐 아니라 고객들에게 가치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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